미·중 무역마찰 강화로 급락한 중국 증시 모습. 사진=EPA

미·중 무역마찰 강화로 급락한 중국 증시 모습. 사진=EPA

글로벌 경제에 큰 위협요소로 대두된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이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숙제가 부과된 것입니다. 일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입니다. 하지만 거미줄처럼 얽힌 국제 경제관계 탓에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대해 관세를 높일 경우, 일본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지적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려는 중국산 수출품 품목 중에는 일본 기업들이 중국 현지제조를 강화한 자동차 부품과 기계부품, 일부 의류 제품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공격에 일본 기업들이 ‘유탄’을 맞는 게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계도 ‘중국 리스크’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나섰습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게이단렌(經團連)회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 등의)발언처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인상이)실행되면 일본에도 영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조기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언급도 덧붙였습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도 “이번 관세 인상의 적용을 받는 품목이 증가하는지, 영향이 확산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불똥이 가장 많이 튄 곳은 자동차 부품, 기계 부품 업계입니다. 이들 업종은 중국에 생산 공장을 갖춘 곳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작기계 업체인 도시바기계 관계자는 “중국에서의 설비투자가 멈출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고마쓰 측도 “중국 경기둔화가 얼마나 심해질지가 포인트”라고 거들었습니다,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업체도 늘고 있습니다. 안테나부품 업체인 요코는 올 3월에 중국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겼습니다. 중국 생산 분의 70%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추가관세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본 회귀’를 선택한 업체도 있습니다. 지텍트는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차체 부품 금형제품의 생산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환했습니다.

때마침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가 최근 실적이 급락한 유럽 자동차 업계들의 사례도 일본 업체들의 경각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과 르노, 다임러, BMW, PSA 등 독일과 프랑스 5개 자동차 회사의 올 1분기 글로벌 시장 승용차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습니다. BMW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나 감소했고 다임러는 승용차 부문 영업이익이 37% 줄었습니다.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전체 승용차 판매의 30~40%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 시장 둔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거대경제로 자리 잡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필수불가결한 일이 됐습니다.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 각국 경제계가 주목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미국이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처럼 중국과의 경제관계에 잘 맞는 표현도 없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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