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최대 23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자본 조달에 나선다. “추가 자금조달은 필요하지 않다”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과 상반되는 행보다. 실적 부진 등으로 부족해진 자금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테슬라는 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당국에 이 같은 내용의 자금조달 계획서를 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테슬라는 270만 주의 신주 공모를 통해 6억4230만달러를 조달하고 5년 만기의 전환사채(CB) 13억5000만달러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신주와 CB 발행액을 합하면 20억달러에 달한다. 테슬라 관계자는 “인수 기관들이 옵션을 통해 신주와 CB 발행분의 15%씩을 각각 더 매입할 수 있다”며 “옵션 행사를 가정하면 총 자금조달액은 23억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 CEO는 이번에 1000만달러어치의 신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테슬라의 현금 보유액은 2016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1분기 7억2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낸 것이 컸다. 1분기 주당 순손실은 2.90달러로, 시장 예상치(1.15달러)의 두 배가 넘는 ‘어닝 쇼크’였다. 전기차 판매도 작년 4분기 대비 31% 급감했다.

머스크 CEO는 그동안 “테슬라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만큼 추가 자금조달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신제품 양산을 위해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신설해야 하지만 기존 현금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델3의 납품량이 적어 테슬라의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니얼 이베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없앨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