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우드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

민주 차기 대선후보 워런의 구상
"수백년 美 법률 전통 뒤엎을 것"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내게는 최고의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야망은 기업 규제에 관한 합리성을 잃게 하는 것 같다. 특히 그의 최근 제안 중 하나인 ‘기업 경영 책임법’은 수백 년의 미국 법률 전통을 뒤엎는 것이다.

이 제안은 기업 경영자들이 ‘부주의’로 일하는 회사에서 법을 어기거나 어기는 것을 막지 못하면 1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첫 위반만으로도 연방 범죄자로 낙인찍힌다.

나는 전직 미국 변호사로서 고의로 비행을 저지르는 경영자들을 기소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태만하다거나 부주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너무 엄격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규제는 기업 경영자들이 평소 많은 주의를 기울여 법 위반을 피하는 게 맞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주의를 게을리한 경영자들은 어떤 불법이 있는지 자체를 모를 가능성이 크다.

수 세기 동안 미국 법은 거의 예외 없이 고의로 비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처벌했다. 그러나 고의가 아닌 경우라면 이것만으로 형사 처벌을 가해 자유를 잃게 만들고,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과하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비록 형량이 짧더라도 치명적인 도덕적·사회적 타격을 받는다. 이 평판 훼손은 거의 회복하기 힘들 정도다.

워런 의원은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동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범죄 기준을 ‘고의’에서 ‘과실’로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옳은 말일까. 그의 말대로 고의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무척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는 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려면 그에 마땅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정의를 위해선 확실한 팩트가 필요하다. 그 팩트를 확인하는 게 어렵다고 해서 건너뛰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워런 의원이 진정으로 경영자들의 감독 실패가 징역형을 받아야 할 죄라고 믿는다면 정치권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직원들이 선거자금법을 위반하는 것을 막지 못한 의원들을 체포하고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형평성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워런 의원이 말하는 경영자 제재는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들은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는 모든 회사에 대해 이 죄를 적용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미국 근로자의 3분의 1가량을 고용하고 있는 약 2000개의 회사들이 이 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다.

이 제안은 민법을 위반하는 회사 경영진에게 “만약 그 위반이 미국 인구의 1%나 어떤 주 인구의 1%의 건강, 안전, 재정 또는 개인 데이터에 영향을 미친다면 과실”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워런은 피해를 준 경영자들이 식품, 의약품, 화장품 관련 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은 부주의로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범죄까지 처벌하는 문제와는 별개 문제다.

워런의 법안은 오히려 기업이 위법 행위의 피해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다. 정부는 하급 직원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종종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많은 경우 그것은 효과적이다. 이 같은 소송은 기업들이 실수하지 않게 노력하도록 만든다. 기업들이 내는 벌금은 소비자와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제공될 수 있다. 그러나 워런의 법안에 따르면 경영진은 기업들이 책임을 지거나 합의할 수 있는 민사 위반으로도 수감될 수 있다. 이것 역시 차원이 다른 결과다. 당신 회사가 벌금을 내는 것과 당신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워런의 아이디어가 입법화되면 경영진은 자신을 보호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은 여기에 비례해 줄어들 것이다. 기업을 이렇게 경영해야겠는가. 기업은 물론이고 나라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美 상법 권위자…'트럼프 저격수'로 명성

엘리자베스 워런은


[column of the week] 대중 인기 얻으려 CEO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엘리자베스 워런은 미국 학자이자 민주당 소속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다.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이다.

1949년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나 조지워싱턴대와 휴스턴대를 졸업한 후 하버드 로스쿨 교수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부실자산 구제 프로그램을 위한 부실관리위원회 고문으로 활약했다. 2012년 11월 매사추세츠주 최초의 여성 상원의원이 됐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저격수로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에도 노골적인 비판을 가했다.

원제=Jailing CEOs to Please the Masses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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