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미국이 대(對)이란 제재 강도를 올리자 내놓은 맞수다.

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방송 IRIB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합의(JCPOA) 탈퇴와 최근 제재조치에 대응해 NPT를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선택지는 많으며 지도부가 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NPT 탈퇴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NPT는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조약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무기를 새로 갖는 것, 핵무기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 등을 금지한다. NPT 탈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함께 이란이 쓸 수 있는 가장 파급력이 큰 대응 카드로 통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거부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어서다. 이란은 작년에도 NPT에서 나가겠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지난해 5월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8월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하자 핵합의 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유럽 국가들이 핵합의와 관련해 약속한 경제 유화책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핵합의를 깰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과 이란간 교역을 전담하는 금융회사 인스텍스가 설립 석 달이 지났는데도 가동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불행히도 유럽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우리의 기대를 벗어났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프 장관은 “북한을 방문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곧 방문 시점을 발표할 것”이란 말도 했다. 북한과 이란은 오랜 우방국이다. 미국 등 서방은 북한과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공동 개발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