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공조전선 강화 흐름…제재균열 경계 속 '지렛대 약화' 우려
톱다운 협상판 흔드는 '6자회담' 카드 경계…북미교착 장기화 가능성
푸틴 '北 체제 안전보장' 발언 주목…NYT "트럼프 핵외교 접근법 약화시켜"
北체제보장에 6자회담 카드까지…'북러 밀착'에 복잡해진 美셈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을 통해 결속을 과시, '비핵화 공조'에 나서면서 미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을 계기로 북·러 밀착이 한층 더 가속하게 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들어 6자 회담 카드까지 거론하면서 비핵화 협상 방정식이 한층 더 고차원으로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져든 가운데 '러시아 변수'까지 불거지면서 북·러, 나아가 북·중·러로 이어지는 북한과 그 우방들의 공동전선이 더욱 공고해질 경우 미국으로선 그만큼 협상 주도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북·중에 이은 북·러간 밀착 움직임을 견제해온 미국 측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대북 협상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트윗 등을 통한 즉각적 반응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우군 확보를 통해 제재완화 돌파구 마련 등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북한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적극적 '플레이어' 역할을 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열린 것이다.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의 회담 후 기자회견 발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점진적' 접근론을 거론하며 북한에 힘을 실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측에 자신의 입장을 알려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했다"며 향후 '중재자'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방중,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어서 북·중·러 간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비핵화 대화 판에 본격적으로 끼어드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미국 측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일부 외신은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워싱턴이 북한을 힘으로 누르려고 하는 데 대해 은근히 한 방을 먹였다"라는 분석을 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핵 군축과 관련해 북한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 외교' 접근법을 약화시킬 수 있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북 체제안전 보장' 언급과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협상을 진행하는데 있어 체제안전 보장이 여전히 중대한 요소라는 김정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제재완화'에서 '체제안전' 문제로 논의를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WP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확실한 체제안전 보장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러한 시나리오는 일어날 것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대북 압박의 최대 무기로 여겨온 국제 제재 전선에 균열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로선 가장 큰 고민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유엔의 제재 결의를 노골적으로 회피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완화론에 힘을 실으며 북한에 대한 지원사격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미국이 주도해온 '최대 압박' 전략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제시한 '연말 시한'에 대해 미국이 '빅딜론'을 고수한 채 "서두를 것이 없다"며 속도조절론으로 받아친 데도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한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그만큼 제재 전선이 이완될 경우 미국으로선 가장 큰 대북 지렛대가 약화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북 체제 안전 보장 논의를 위한 6자 회담 띄우기에 나선 데 대해서도 미국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6자 회담 재가동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전개돼온 북미간 톱다운 방식의 현 비핵화 협상 틀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선 6자회담의 부활을 통해 '입김'을 키우려는 계산이 깔려 있지만, 미국으로선 플레이어가 많아지는 6자 회담 카드가 달가울 리가 없다.

NYT는 "6자 회담을 다시 살리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이를 전임 행정부들의 실패한 전략의 대표적 시례로 거론 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나쁜 뉴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정상 대 정상' 외교가 북한의 비핵화를 가져올 승산이 훨씬 크다고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실제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1월 한 인터뷰에서 과거 6자 회담의 틀은 실패했다고 규정하면서 북미 정상 간 직접 담판 형태의 현 북미 협상 방식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 적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접근법을 시도해왔다.

6자 회담은 분명히 실패했으며,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직접 협상을 해 왔다"며 6자 회담 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국무부는 이날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라는 이 세계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계속 긴밀하게 조율해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며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북러 간 밀착을 견제하면서 러시아를 향해 대북 국제공조에서 이탈해선 안 된다는 '단속'의 메시지를, 북한에는 비핵화 약속 이행에 나서라는 '촉구'의 메시지를 각각 보낸 차원으로 보인다.

이처럼 '러시아 변수' 등으로 비핵화 방정식이 복잡하게 돌아가게 되면서 북미 간 교착상태가 더욱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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