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6)이 내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으면 8%포인트 차로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에서 누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할 것이란 관측을 뒤집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의회전문 더힐에 따르면 모닝컨설트·폴리티코가 지난 19~21일 1992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두 사람이 내년 대선에서 맞붙으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42%, 트럼프 대통령이 34% 지지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19%는 미정, 5%는 투표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정’이 19%에 달하긴 하지만, ‘트럼프 대세론’과는 다른 조사 결과란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신체 접촉’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응답자 중 45%는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 지지는 28%에 그쳤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밀레니얼 세대(신세대)에서도 22% 포인트 차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바이든, 트럼프와 가상대결에서 8%P차 승리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다만 이번 조사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권 도전 선언을 앞두고 이뤄져 일종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로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5일 내년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마 선언을 하면 민주당 19번째 대선 경선주자가 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강점은 풍부한 정치 경험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8년간 부통령을 지냈다. 그 전엔 36년간 델라웨어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으로 일했다. AP통신은 “화려한 정치 이력 등을 감안할 때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경쟁에서)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6일 트윗을 통해 민주당 경선이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양자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내 관문을 넘어 본선 티켓을 거머쥐기까지는 ‘넘어야할 산’도 적지 않다. 당장 부적절한 신체 접촉 논란은 선거전 내내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금까지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부터 불쾌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만 7명에 이른다.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고령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는 민주당 예비주자 가운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7)에 이어 두번째로 나이가 많다. 과거에 비해 ‘왼쪽’으로 기운 민주당 이념 지형도 변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중도 성향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