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2일(현지시간) 친(親)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재정 시스템을 붕괴시킬 정보에 최대 1000만달러(약 114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또다시 이란을 압박한 것이다. 국무부가 헤즈볼라의 국제 금융망 정보에 현상금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상금 대상은 헤즈볼라의 수입원과 주요 기부자, 조직원과 지지자의 재정적 이익을 위한 범죄계획 등에 관한 정보다. 헤즈볼라를 재정적으로 파괴할 정보에 국무부가 거액의 현상금을 내건 것은 1차적으론 헤즈볼라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동시에 대(對)이란 제재 강화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헤즈볼라가 이란으로부터 무기와 군사훈련, 자금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란과 후원자, 돈세탁 등으로 거둬들이는 액수가 1년에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달 들어 이란 정규군인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길을 전면 차단하는 등 이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창설된 헤즈볼라는 1980~1990년대 항공기 납치와 자살폭탄 테러로 악명을 떨쳤으며, 현재 레바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란은 이에 앞서 혁명수비대 지휘관을 강경파로 전격 교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21일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에 호세인 살라미 부사령관을 승진 임명했다. 살라미 신임 총사령관은 이란 군부의 대표적 강경파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자 이를 자랑스럽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0년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혁명수비대에 들어와 공군사령관 부사령관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 1월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혁명수비대 주둔지를 공습하자 “전쟁이 난다면 이스라엘은 분명히 소멸하게 된다는 사실을 귀담아들으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심은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