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외인정 8개국도 전면금지
석유화학社 '비상'…유가 급등
미국이 다음달 3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전면 봉쇄하기로 했다.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화학업체 피해가 우려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산 원유 수출 전면 봉쇄’ 방침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결정은 이란 정권의 돈줄인 원유 수출을 완전히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JCPOA)에서 탈퇴한 뒤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그해 11월 5일부터 이란산 원유와 석유, 석유화학제품 거래 등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는 기업과 개인은 미국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등 제재를 가했다.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대만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 8개국에는 올해 5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에 대해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란이 미국과의 새로운 핵 협상에 나서도록 제재 수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목적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방침이 알려지면서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 장외거래에서 브렌트유(6월 인도분)는 한때 3% 이상 올라 배럴당 74달러대에서 거래됐다.
한국, 내달 3일부터 이란産 원유 수입 못한다

年5800만배럴 이란産 뚝 끊겨…석유화학업계, 원료 확보 '초비상'

미국 정부가 22일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한국 등에도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체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 함유량이 많고 가격도 싼 이란산 원유를 많이 수입해온 국내 석유화학업체로선 공급처가 끊기게 됐다.

정유사들은 이미 수입 물량 줄여

이번 미국의 조치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취해진 것으로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핵협정(JCPOA)에서 탈퇴하자 그해 11월 5일부터 이란산 원유와 석유, 석유화학제품 거래 등을 금지했다. 다만 한국 등 8개국엔 올해 5월 2일까지 180일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했다. 예외 인정 기간이 이번 미국의 결정으로 끝난 것이다.

한국 정유회사들은 그동안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여왔다. 올해 1~2월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1039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1690만 배럴)의 61%에 불과했다.

국내 정유회사 중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본이 들어간 GS칼텍스와 에쓰오일 등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등이 주로 수입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최근 사우디의 아람코가 지분 19.9%를 인수하면서 이번 미국의 조치와 무관하게 이란산 원유를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SK에너지 등은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대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2017년만 해도 사우디, 쿠웨이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한국의 원유 공급처였다. 한국은 2017년 이란산 원유를 1억4787만 배럴 수입했다. 그해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2%에 달하는 양이었다.

“이란산 초경질유 대체는 힘들어”

한화토탈 현대케미칼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SK인천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들 업체는 전자제품, 자동차 내장재, 옷, 신발 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가 많이 들어 있는 이란산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를 수입하고 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다른 국가의 원유와 비교하면 배럴당 2~6달러 싸다.

지난해 한화토탈은 1900만 배럴의 원유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했다. 현대케미칼(1100만 배럴) SK에너지(960만 배럴) 현대오일뱅크(930만 배럴) SK인천석유화학(810만 배럴) 등도 이란산 원유를 들여왔다. 이들 5개 석유화학회사의 지난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5700만 배럴로, 전체 이란산 원유 수입량(5820만 배럴)의 98%를 차지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회사가 들여온 이란산 원유는 대부분 콘덴세이트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유 조달 비용 높아질 듯”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를 생산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만한 수입처를 구해야 한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유예기간 종료 국가는 한국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중국 일본 인도 대만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7개 국가에도 적용된다. 이들 국가 모두 이란산 원유 대신 카타르 등 다른 수입처를 찾아나서야 하는 처지다.

이란 전문가인 신동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수입금지 조치 얘기가 나왔을 때도 카타르산 원유 가격이 뛰었다”며 “한국은 국제 원유시장에서 ‘큰손’으로 분류돼 한국 기업이 특정 국가의 원유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나면 값이 바로 치솟는다”고 전했다. 한국 석유화학회사 설비가 이란산 원유에 특화돼 있어 다른 원유로 바꾸면 수율(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김재후/김보형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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