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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서 쌀국수 팔아 '대박'
부동산·관광 넘어 車·스마트폰 진출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올초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00인’에 베트남인 최초로 팜느엇브엉 빈그룹 회장(50)이 이름을 올렸다. 재산 추정액이 75억달러(약 8조4000억원)에 달하는 그는 세계 198위 부자로 꼽혔다.

팜느엇브엉 회장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기업 빈그룹의 창업주다. 한국에서는 인기 관광지 베트남 다낭·냐짱의 고급 리조트인 빈펄리조트의 모회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리조트는 빈그룹이 하는 사업의 극히 일부다. 부동산, 유통, 레저, 병원 등 자회사가 20여 곳에 이른다. 최근엔 자동차와 스마트폰 제조에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빈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베트남 증시에서 빈그룹은 시가총액 1위(약 17조원)이며 자회사 빈홈즈와 빈컴리테일은 각각 시총 2위(14조원), 11위(4조원)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규모면에서 삼성전자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과 성장 잠재력은 삼성전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에서 국수 사업으로 ‘대박’

빈그룹을 창업한 팜느엇브엉 회장은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하노이에서 군인인 아버지와 노점상을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수학을 특히 잘했다고 전해진다. 과학기술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던 옛소련(러시아)의 정책 덕분에 유학할 기회를 얻었다. 소련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는 모스크바 지질탐사대에서 수학했다.

그의 사업 수완이 빛을 본 건 옛소련에서 공부를 마친 뒤 우크라이나로 터전을 옮기면서다. 1993년 대학 졸업 전까지 학생 신분이던 그는 1991년 소련의 체제 붕괴로 사회가 혼란이 극심해지자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인근 우방국인 우크라이나로 갔다.

팜느엇브엉 회장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십시일반 자금을 빌려 작은 베트남 식당을 열었다. 이 식당의 베트남 국수가 큰 인기를 얻자 인스턴트 국수 제조업체 테크노컴을 설립했다. 값싸고 조리가 편리한 인스턴트 국수는 우크라이나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인스턴트 국수의 ‘대박’으로 테크노컴의 연매출은 당시 1억달러(약 1100억원)에 이르렀다.

베트남에서 부동산 유통 등으로 사업 확장

팜느엇브엉 회장은 인스턴트 국수의 성공을 발판으로 고국인 베트남 부동산시장에 눈길을 돌렸다. 2012년 테크노컴을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에 글로벌 식품업체 네슬레에 팔고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그 이유에 대해 팜느엇브엉 회장은 2012년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인들은 침대 밑에 금괴를 두고 앉아있을 수 없다. 결국 금괴를 꺼내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베팅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새빌즈에 따르면 베트남 부동산 가격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간 ㎡당 600달러에서 1600달러로 3배 가까이로 올랐다. 빈그룹이 선보인 베트남 최고급 주택단지 빈홈즈리버사이드, 베트남 중산층을 겨냥한 신도시 프로젝트 빈시티 등이 속속 성공을 거뒀다.

빈그룹의 빈펄리조트도 순항 중이다. 베트남에 17개 리조트를 운영 중이고, 향후 40여 개 리조트를 차례로 열 예정이다.

부동산 개발업 분야에서 성공한 빈그룹은 사업 분야를 크게 확장했다. 유통업이 대표적이다. 슈퍼마켓, 편의점, 쇼핑센터 등을 운영하며 유통업계의 큰손이 됐다. 쇼핑몰(빈컴)과 편의점(빈마트)의 베트남 시장점유율은 각 분야에서 60%를 넘는다. 2016년엔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다로이’를 출시해 1년 만에 6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빈그룹이 운영하는 국제병원(빈멕), 학교(빈스쿨) 등도 모두 베트남을 대표하는 최우수 시설로 꼽힌다.

돋보이는 추진력…신사업 탄력

팜느엇브엉 회장은 최근 자동차, 제약, 스마트폰 등의 사업에도 진출해 화제가 됐다. 2017년 8월 자동차 제조업체 빈패스트를 선보였고 같은 해 10월 제약업체 빈파, 작년 6월 스마트폰 제조업체 빈스마트를 연달아 설립했다.

팜느엇브엉 회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추진력은 이번 신사업에서도 잘 드러났다. 그는 빈패스트를 출범시킨 지 1년여 만인 작년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자체 모델 자동차를 선보였다. 그는 “(베트남이 직접 생산하는 자동차는) 뛰어난 품질, 합리적인 가격, 우수한 서비스 등 우위를 점할 요소가 세 가지나 있다”며 자동차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빈그룹은 장기적으로 자동차 제조기술을 확보해 ‘베트남 국민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이퐁의 생산공장 외에 2025년까지 5개 생산공장을 추가 설립한다.

빈스마트도 조만간 스마트TV, 냉장고 등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생산을 위해 작년 스페인 스마트폰 제조업체 BQ의 지분 51%를 매입했다. 빈스마트는 2020년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3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인 러시아 등의 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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