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부품 업체인 페로텍홀딩스가 “일본 기업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판단이 공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한국 내 자회사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기업의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한국 검찰에 기소된 일본 기업이 공개적으로 한국 사법부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페로텍홀딩스는 16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한국 자회사인 페로텍코리아가 CVD-SiC(실리콘 카바이드)의 개발·제조·판매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로텍홀딩스는 “지난 2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기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페로텍코리아가 한국 검찰에 기소되면서 해당 사업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할 생각이지만 현재 한국에서 일본계 기업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판결 등을 고려하면 한국 사법부의 독립성이 완전히 담보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회사 측은 각종 설비 폐기비용 등 4억~6억엔(약 40억~60억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 보호라는 관점에서 계속해서 관련 기업과 긴밀히 연대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강제징용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 한국 사법부가 일본 기업들의 강제배상 판결을 내리고 있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페로텍홀딩스 사례가 일본 기업들의 ‘탈(脫)한국 러시’를 촉발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법 독립성’ 여부가 실제 사업을 철수하는 이유인지는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충남 당진에 있는 페로텍코리아는 2015년 12월 한국 반도체 부품 회사 TCK 직원 등을 채용하면서 TCK의 도면과 기술을 빼돌려 제품을 생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