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 완다 등 전문가까지 초빙하며 돼지 키우기
中, 한해 돼지 5억마리 이상 소비
수십만마리 대규모 농장 세워
수익률 낮아진 부동산 사업의 돌파구 마련
[노경목의 선전狂시대] "부동산, 가망 없다"…양돈사업 나서는 中 부동산 업체들

중국 부동산업체들이 미래를 위해 지난해부터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분야가 있다. 오피스텔이나 복합상가, 아파트가 아니다. 바로 돼지 사육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 중 하나인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5월 경력 10년 이상의 돼지 사육 전문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돼지 사육 사업부를 정식으로 설립하며 담당 임원을 영입하기 위해서다.

완다는 이미 30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구이저우에 갖고 있다. 헝다는 3억위안을 들여 농장 200곳을 지으면서 이중 110여곳을 돼지 농장으로 만든다. 완커도 100만두 이상의 돼지를 사육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부동산업체들이 돼지 사육에 뛰어든 것은 중국내 부동산 사업의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서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1선도시의 집값이 서울 대비 1.5~2배까지 오르면서 추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미중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소폭 떨어지기도 했다. 자본력이 취약한 부동산 중개 체인들은 앞다퉈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중신증권은 “중국 부동산 시장은 고속성장 시기를 지나 중속 성장 시기에 진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업체들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설 때가 된 것이다.

돼지 사육은 부동산 업체 입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지방 정부로부터 토지 사용권을 받아놓은만큼 돼지를 키울 수 있는 땅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토지 사용권을 받아내는 것이 부동산 사업의 핵심인 중국은 시공사 중심인 한국과 달리 시행사들의 비중이 크다. 이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부동산업체들도 시행사에 속한다.

돼지사육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많은 중국 음식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돼지고기는 가격이 어느 정도 올라도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돼지고기 소비량도 늘었다. 2004년 4233만톤이던 것이 2016년에는 5299만톤에 이르렀다. 한해 6억마리에 가까운 돼지가 도축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돼지 사육업체들의 수익률은 부동산업체를 뛰어넘었다. 양대 돼지사육업체 중 하나인 원씨가족은 2017년 593억6000만위안 매출에 117억9000만위안의 수익을 올려 이익률이 19.9%에 이르렀다. 반면 부동산업체인 완커는 같은 기간 4배인 2404억8000만위안의 매출을 올렸지만 수익은 210억2000만위안으로 이익률은 8.7%였다.

재미있는 점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돼지가격은 떨어지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돼지가격이 오르는 음의 상관관계가 두 업종 사이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동산업체 입장에서는 사업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돼지가격은 돼지를 키워 도축하는데까지 걸리는 기간에 맞춰 3~4년의 가격 사이클을 가진다. 중국 경제매체 허쉰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돼지고기 가격은 중국 1선도시 부동산 가격과 -0.45423, 2선도시 집값과는 -0.2653의 상관계수를 나타냈다.

농민 출신인 비구이위안의 양궈창 회장은 “40년 전에 떠나왔던 농업 분야로 되돌아갈 때”라며 “돼지 사육을 비롯한 농업은 여전히 효율이 떨어져 대기업이 진출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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