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15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시작하도록 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U와 미국이 작년 7월 합의한 관세 감축에 관한 무역협상 재개에 청신호가 켜졌다.

EU는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장관급회의를 열어 논란 끝에 표결을 실시,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EU 관리들이 밝혔다.

이날 표결에서 미국과의 무역확대에 부정적인 국내 여론과 내달 하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를 의식해 프랑스는 반대표를 던졌고, 벨기에는 기권했다. 앞서 작년 상반기 미국이 EU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EU도 이에 맞서 청바지, 오토바이, 오렌지 등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해 무역갈등이 고조됐다.

이에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작년 7월 워싱턴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감축에 대한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동안 양측의 입장이 엇갈려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미국은 농산물도 협상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세운 반면, EU 측은 농산물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맞서왔다.

이후 미국은 EU와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며 EU산 자동차에 대해 25% 고율 관세부과 가능성을 내세워 EU를 압박했다. 또 최근 유럽 항공기 제조회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110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 규모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EU 집행위가 미국과의 무역협상 권한을 갖게 됨에 따라 미·EU 간 무역협상이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협상 대표들이 일어나는 대로 연락해서 언제 첫 협상을 가질 수 있을지 명확히 할 것"이라면서 "그들이 준비되는 대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협상이 다시 열리더라도 양측간 입장차가 적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EU 측은 이날 이번 협상은 공산품의 관세를 없애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미국이 농산물도 협상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