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고위급 경제대화’를 열고 일본산 소고기의 중국 수출 재개를 위한 ‘물꼬’를 텄다. 후쿠시마 및 주변 지역 수산물 수출과 관련해 한국과의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분쟁에서 패배한 일본은 이번 중국과의 합의로 농수산물 수출의 숨통이 틔게 됐다. 대신 중국은 일본 측에 5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 등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양국은 지난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참석한 고위급 경제대화에서 ‘동물위생검역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산 소고기의 중국 수출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중국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이 실시 중인 일본 10개 지역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철폐할 것도 재차 요청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보유한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강제 이전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고노 외무상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합의는 일본산 소고기) 수출 허용을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2001년 일본에서 광우병(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에 걸린 소가 발생하자 소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은 일본에 일부 식품시장을 열어줄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일본이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왕이 장관은 “일대일로 포럼에 일본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하기로 했다”며 “일본이 더욱 명확한 태도로 일대일로에 참가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5G 이동통신 시스템 구축에서 일본이 중국 화웨이 장비를 사실상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도 우려를 밝혔다.

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