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좋다”고 호응했다. 하지만 속내는 확연히 달랐다.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면서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아 동상이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과 개인적 관계가 매우 좋다”며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란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머지않아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될 날이 오길 고대한다”고 했다.

이 트윗은 김정은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올바른 자세’를 전제로 제시하며 “(미국이) 3차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한 직후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북 간 간극이 확연해졌다며 북핵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빅딜뿐" vs 김정은 "美, 계산법 바꿔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정상회담을 재차 강조하면서 북핵 제거를 위한 협상의 ‘불씨’를 살려놨다. 하지만 각론에선 미·북의 견해차가 너무 커 성사 가능성과 관련해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우선 비핵화 방법론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지만 지금은 빅딜을 논의 중이고, 빅딜은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정은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일방적으로 자기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흥미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제재 해제 문제에서도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에 관해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는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정은도 제재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와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장기화 국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두 정상은 3차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지만 그 과정은 단계적이며 빠른 과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하려다간 올바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과의 3차 정상회담은 북한이 미국의 빅딜 제안을 수용하느냐에 달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톱다운’ 방식만 고집하다 결렬된 하노이 회담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실무협상을 철저히 거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김정은은 ‘미국의 올바른 자세’를 전제로 “3차 조·미(북·미)수뇌 회담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시한을 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의 연설에 대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을 뿐 아니라 향후 회담 재개의 공도 미국 측에 넘겼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협상이 진전될 만한 새로운 양보나 아이디어를 암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본 것이다. 신문은 또 “한국 정부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