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찬 채 "영국은 저항해야" 외쳐…英판사 "나르시시스트의 행동"

7년 망명 생활 끝에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체포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백발을 뒤로 묶고 흰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이었다.

이는 어산지가 2012년 8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신청이 받아들여 졌다며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이나 2017년 5월 기자회견 때와는 매우 달랐다.
어산지, 흰 수염 '덥수룩'…대사관서 끌려나오며 "불법이다"

어산지는 2010년 미국의 기밀문건을 대거 폭로한 뒤 1급 수배를 받은 상태로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했으나, 이날 에콰도르가 보호조치를 철회하면서 대사관으로 진입한 영국 경찰관들에게 끌려 나왔다.

그는 수갑을 찬 채 경찰관 여러 명에게 붙들려 호송차에 태워지는 순간까지 "이건 불법이다, 나는 떠나지 않을 것", "영국은 저항해야 한다"고 소리치며 버텼고, 차 안에서는 취재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체포 장면을 지켜본 한 지지자는 "최소 6명의 경찰이 어산지를 끌고 나왔고, 밖에는 정복 차림의 경찰 여러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며 "호송차에 태워진 어산지는 얼떨떨해 보였다"고 말했다.
어산지, 흰 수염 '덥수룩'…대사관서 끌려나오며 "불법이다"

어산지는 센트럴 런던경찰서로 연행됐다가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검은색 정장에 폴로셔츠 차림으로 공개석상에서 손을 흔들고, 역시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과거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영국 대법원이 송환 판결을 했음에도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신청을 했다.

이날 법정에서 어산지는 영국 법원의 구인명령에 불응한 데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마이클 스노 판사는 "과거 공정한 심리를 받지 못했다는 어산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laughable)"며 "그의 행동은 이기적인 욕심을 뛰어넘지 못하는 나르시시스트(narcissist)의 행동"이라고 말한 뒤 어산지를 사우스 워크 형사법원으로 넘겼다.

사우스 워크 법원에서 어산지는 구인명령 불응과 관련해 최대 1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어산지는 유치장을 방문한 자신의 변호사 제니퍼 로빈슨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내가 (이럴 거라고)고 말했잖아"라고 전했다.

로빈슨 변호사는 "범죄인도 요청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어떤 언론인이든 미국에 대한 진실한 정보를 공개할 경우 기소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어산지 체포에 대해 "영국에서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어산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미군의) 잔혹 행위 증거를 밝혔다. 그의 송환을 영국 정부가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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