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중·러 등에 잘못된 신호 줄 수 있어"…유연론 편 폼페이오와 대비
트럼프 행정부 대북 드라이브 성과 놓고 회의론…폼페이오와 설전
한미정상회담 D-1 美상원 외교위서 대북제재 강화 목소리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출석한 상원 외교위원회의 10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는 '하노이 노딜' 이후 표류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관여 드라이브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인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은 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아무런 성과 없이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2일 '추가적 대북제재 철회 지시' 트윗 파문 등을 거론하며 미정부의 제재이완 움직임이 북한과 다른 나라 등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작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문제와 관련, "약간의 여지를 두고 싶다"며 유연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 미묘한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성과가 부진하다는 민주당의 지적을 놓고는 폼페이오 장관이 발끈하는 등 설전도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청문회가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기로에 선 비핵화 협상 재개의 중대 분수령이 될 한미 정상회담 개최 하루 전에 열린 점을 주목하며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WP는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등을 거듭 제기했음에도 불구, 정작 비핵화 정의에 대한 북미 간 의견접근 여부 등 기본적 질문에도 답을 내놓는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벤 카딘(메릴랜드) 상원의원은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는데 한반도 비핵화가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는가"라며 비핵화 정의에 대한 북미 간 의견접근이 이뤄졌는지 물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나는 그 대답에 '네, 아니오' 식으로 대답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하며 궁극적인 비핵화가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해 북한과 폭넓은 대화를 가져왔다는 말로 피해갔다.

카딘 의원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으로 규정한 뒤 "정상회담이 두 차례 열렸는데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도 "이란으로부터 (제대로 된 핵 신고를) 제출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지난해 탈퇴를 선언한 이란 핵 합의를 거론, "이란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했던 핵 신고는 순전히 엉터리였다"고 받아쳤다.

같은 당의 제프 머클리(오리건) 상원의원은 '미사일 및 핵실험 동결→핵 자산에 대한 완전한 신고→ 핵 제거에 대한 합의→광범위한 검증체제 이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야구 경기에 비유하면서 "우리는 1루에 갇혀 있다.

어떻게 1루를 벗어날 계획인가"라고 질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리 멀리 움직이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긴 논의가 될 것이라는 걸 우리는 항상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유가 정확하지 않다.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이 남아 있지만 1루에 갇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그간의 협상 노력 등을 거론했다.

머클리 의원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약화하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동결한 동안에도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해왔다.

우리는 1루에서조차 완전히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동아태 소위 민주당 간사인 애드 마키(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2차례의 정상회담에도 불구,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 진전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김정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해외 노예노동을 착취하는 한편으로 사이버 약탈 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 그 정권에 대한 압박을 완화함으로써 우리는 그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가 지난달 펴낸 북한의 제재위반 보고서를 거론, "국제적 압박 전략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마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 대북제재 철회' 트윗 파문을 언급, "동맹과 파트너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을 상대로 보다 엄격한 제재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노력을 약화하고 있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부 말씀은 동의하지만 상당 부분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느슨한 제재 이행과 불법 환적 실태 등을 인정하면서도 "(제재) 이행 체제가 비효과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평양 외곽으로 시선을 돌려서 보면 그들은 (제재가) 매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마키 의원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궁극적 전략이 뭐냐"고 추궁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시작 때 대북 압박도, 관여도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를 이뤘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론을 폈다.

그러나 마키 의원은 "북한 경제가 나빠진 건 사실이지만 핵 포기라는 관점에서 김정은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으로 나빠지진 않았다"면서 "유일한 답은 더 강경하게 하는 것이다.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지론을 펴온 동아태 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의원은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완수하기 위한 의지를 입증하기 전까지 어떠한 대북제재도 해제돼선 안 된다는데 뜻을 같이하느냐"며 '동의'를 구했다.

다만 돌아온 답은 "약간의 여지를 두고 싶다"는 것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