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천엔, 5천엔, 1만엔권 지폐의 도안을 바꾼 신지폐를 2024년에 유통시키겠다고 9일 공식 발표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현금선호국이지만 국제적으로 현금을 이용하지 않는 이른바 '캐시리스 거래'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어 지폐도안변경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0일 지적했다.

일본은 2021년 상반기를 목표로 500엔 짜리 동전의 도안도 바꾸기로 했지만 1천엔, 5천엔, 1만엔권 등 지폐의 권종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는 캐시리스화 진전과 자금세탁 방지목적으로 고액권을 점차 폐지하는 국제 추세에 맞지 않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유로권은 작년 말 최고액 지폐인 500 유로(약 64만원) 발행을 중단했고 싱가포르, 인도 등도 고액권을 폐지하는 추세다.
日 '캐시리스 거래' 급증…지폐도안 변경도 '마지막' 가능성

일본에서도 이번 지폐도안 변경을 계기로 "캐시리스화를 촉진하기 위해 1만엔권 폐지를 논의했어야 한다"(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새 지폐 발행은 캐시리스화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일본은행은 현금 선호가 유별난 일본의 현실을 고려할 때 1만엔권을 없애면 혼란이 초래될 것을 우려해 권종을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인의 현금선호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이 8%, 한국이 6%인데 비해 일본은 20%로 단연 높다.

캐시리스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스웨덴의 이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디지털 통화 발행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결제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중국은 현금 유통잔고가 2월말 현재 7조9천484조 위안(약 1천349조5천억 원)으로 1년전에 비해 2% 감소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현금유통잔고가 오히려 늘고 있다.

일본의 현금 유통잔고는 2008년 86조 엔에서 작년 말 115조 엔으로 지난 10년간 30% 증가했다.

현금유통이 많은 배경에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집에 보관하는 이른바 '장농예금'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장농예금은 지폐발행잔고의 절반 정도인 50조 엔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폐도안 변경으로 이 잠자는 돈을 끄집어 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부차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교덴 도요오(行天豊雄) 국제통화연구소 명예고문은 "경제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새 지폐가 나오더라도 캐시리스화 추세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20% 정도다.

정부는 2025년까지 이 비율을 40%로 높인다는 목표다.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포인트 환원대상도 캐시리스 결제가 조건이다.

다카타 하지메(高田創) 미즈호종합연구소 전무는 "앞으로 20년 후면 세계적으로 현금보유와 이용이 감소하고 일본에서도 지폐가 쓰이지 않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산업성은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채 장차 캐시리스 비율을 8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폐수요가 줄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일본의 지폐도안 변경은 이번이 실질적으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