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737 맥스 8 여객기 / AP연합뉴스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 / AP연합뉴스
중국 동방항공이 미국 보잉사의 최신형 여객기 737 맥스 기종의 운항 중단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잇따른 추락 사고로 보잉은 지난달 737 맥스 항공기를 한 대도 팔지 못해 실적 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동방항공 관계자는 전날 실적 발표회에서 “737 맥스 운항 중단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이미 보잉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손해배상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달 10일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737 맥스가 추락한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중국 민용항공국(CAAC)은 자국 항공사에 보잉 737 맥스 기종 운항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동방항공은 737 맥스 14대의 운항을 정지하고 대신 에어버스 A320 기종을 투입했다.

보잉의 베스트셀러 기종으로 꼽혔던 737 맥스가 최근 5개월 새 두 차례나 발생한 추락 참사로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보잉의 실적 악화도 가시화하고 있다. 보잉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37 맥스 출하량은 89대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132대)보다 33% 줄었다. 추락 사고가 있었던 지난달엔 11대로 모두 추락 사고 직전에 인도됐다. 보잉의 전체 항공기 출하량도 149대로 작년 동기(184대)에 비해 20%가량 감소했다.

앞으로의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주문량도 쪼그라들었다. 1분기 737 맥스의 신규 주문량은 95대로 작년 1분기(180대)의 52%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엔 신규 주문이 아예 없었다.

당분간 737 맥스 판매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많다. 각국 항공사들의 737 맥스 운항 중단 조치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데다 희생자 유족들이 보잉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분기에도 737 맥스 출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간은 매달 보잉이 입는 손실이 12억달러(약 1조3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잉이 최신 기종이라고 홍보하며 판매한 737 맥스가 실제로는 1960년대 디자인과 1990년대 컴퓨팅·매뉴얼을 결합한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보잉 기종엔 손잡이를 돌리고 2개 스위치를 누르는 방식이 적용된 반면 737 맥스에선 엔진 스위치, 연료 공급, 기류 전환, 발전기 가동 등 7단계를 실행해야 한다. NYT는 “비용 절감에만 눈이 멀어 땜질식 업그레이드만 한 탓에 연쇄 추락 참사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