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정상회의 전 '미국 스타일'로 강하게 밀어붙여
중국도 '美 일방주의 반대·일대일로 협력' 등 성과
"EU, 중국 강하게 압박해 시장개방 등 원하는 것 얻어"

유럽연합(EU)이 중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스타일'로 강하게 밀어붙여 시장개방 등 원하는 성과를 얻어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21차 EU·중국 정상회의'를 한 후 공동성명을 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공동성명에는 시장개방 확대, 기술이전 강요 금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협력, 산업보조금 논의 등 EU가 그동안 원했던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

리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기업들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투스크 의장은 "협상은 어려웠지만 결국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는 상호성에 기반을 둔 파트너십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에 합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U의 외교적 승리는 정상회의 전 실무 협상에서 EU 측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한 덕분에 얻어진 것으로 보인다.

EU는 그동안 중국이 말로만 시장개방과 EU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등을 약속하면서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과 이행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EU 측은 중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협상장을 뛰쳐나가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10일 동안 50시간 넘게 실무 협상을 진행한 끝에 공동성명에 구체화한 약속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무역 전쟁도 불사하면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낸 '미국식' 협상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 틀림없다고 SCMP는 분석했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방문 직전인 지난달 12일 발표한 중국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EU의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자'로 규정하는 등 강경 전술을 구사했다.

협상을 통해 EU 측은 올해 말까지 중국과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농산물의 구체적인 원산지를 표기해 EU 농산물의 대중국 수출을 용이하게 하는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SCMP는 "리 총리의 약속 등으로 EU는 통신, 교육, 의료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가적인 시장개방을 얻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EU에 상당한 양보를 하긴 했지만, 중국 역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은 다자주의에 협력하기로 약속해 미국의 일방주의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으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EU의 유럽·아시아 연결 프로그램에서 공동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EU의 협력을 다짐받았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로 여겨질 수 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