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중국은 오는 9일 브뤼셀에서 21번째 'EU·중국 정상회의'를 열고, 한반도 핵 문제를 비롯해 이란 핵 문제, 베네수엘라 사태 등 국제 현안과, 무역·투자문제를 포함한 양자간 상호 관심 사항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정상회의에 EU 측에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이, 중국 측에선 리커창 총리가 각각 참석한다.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주석이 EU의 핵심 회원국인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을 방문한 뒤 얼마 안 돼 이뤄지는 것이다.

EU 측은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8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측 지도자들은 회의에서 양자 협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면서 상대측 경제 주체에 대한 공정하고 차별 없는 대우를 포함해 무역과 투자관계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 미국에 이어 EU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에 오를 정도로 EU에서 경제적 비중이 커졌다.

양측은 양자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선 공감하나 현실 문제에선 입장차가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일례로 EU와 중국간 교역이 증가하면서 EU 내부에선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중국 측에선 중국 기업에 대한 EU의 무역조치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또 중국의 대(對) EU 투자와 관련, EU는 중국이 EU 회원국의 핵심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과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 정책'을 내세워 EU 회원국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며 견제하고 있다.

중국 이동통신업체인 화웨이의 5세대(5G) 휴대전화 시스템 구축 사업 참여 문제를 놓고도 EU 회원국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신세'가 돼 회원국마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우방국이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사이버 안보상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나라와는 민감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EU 회원국에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 측은 화웨이가 중국 정보당국과 연계돼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양측은 회의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에 맞서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등과 같은 다자주의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미국이 반대하고 있는 WTO 개혁과,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파리기후변화 협정 이행의 중요성 등에 뜻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양측 지도자들은 북미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반도 상황과, 미국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 및 대(對)이란 제재 재부과로 어려움에 빠진 이란 핵 문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 베네수엘라 사태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EU는 전했다.
EU·中, 9일 정상회의…북핵·무역·투자·경제협력 등 논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