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관습법인 '샤리아' 형법 시행
영국 등 인권 앞세워 '항의'…주변 동남아는 '침묵'
브루나이 '동성애자' 투석사형 논란…'내정 vs 인권' 대립

남아시아 보르네오섬 북서 해안에 있는 '브루나이'가 동성애자와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돌을 던져 죽이는 새 형법을 시행해 논란이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유지하는 브루나이는 '샤리아(이슬람 관습법)' 형법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인권을 이유로 샤리아 형법 시행에 항의하고 있지만 동남아 주변국 대다수는 "내정에 간섭할 수 없다"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브루나이는 지난 3일 절도범의 손목을 자르고 동성애자나 간통죄를 저지른 이는 투석 사형에 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샤리아 형법을 시행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 등 유명인사들이 브루나이 왕가 소유 호텔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며 반대에 나섰다.

호주와 스위스, 영국, 런던 등 세계 각국의 기업들도 '브루나이 보이콧'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6일 영국 런던에서는 브루나이 왕가 소유의 고급 호텔 앞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브루나이와의 외교 관계 단절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동남아 주변국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은 침묵하고 있다. 7일 일간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주아세안 말레이시아 대표부의 샤리파 노르하나 무스타파 대사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이 문제에 대해 불간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을 보도했다. 브루나이의 샤리아 형법 시행은 내정에 해당해 관여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는 "샤리아는 여러 조건상 (오용되기가) 쉽지 않다"면서 "서방은 (우리) 전통 등을 몰라서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카스말라티 카심 주아세안 브루나이 대사도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이 이슬람 지도자로서 샤리아의 전면 적용이란 의무를 다한 것일 뿐"이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들을 존중하듯 그들도 우리를 존중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브루나이 '동성애자' 투석사형 논란…'내정 vs 인권' 대립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아세안 정부간 인권위원회(AICHR)를 통해 해당 사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일각에서는 브루나이의 이슬람 원리주의 행보가 주변국의 종교·인종 갈등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안드레 하르소노 연구원은 "브루나이의 샤리아법 시행은 아세안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이면서도 다른 종교에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 온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불교국가에서도 불교도 극우주의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데 이용될 수 있다.

안드레 연구원은 "샤리아에는 여러 해석이 존재하는 만큼 시행을 하더라도 반드시 누군가의 손을 자르거나 돌로 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런데도 브루나이의 술탄이 아세안의 안정에 눈을 감는다면 지역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종교로 인해 이미 동남아 곳곳에서 심각한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억6000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국가(IS) 등을 추종하는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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