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3개월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U는 브렉시트 기한을 1년까지 연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브렉시트가 연기될 것이란 관측이 퍼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기한을 오는 6월 30일까지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이번 서한에서 영국이 5월 23일까지 EU에서 탈퇴하지 못하면 법적으로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EU의 입장도 수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영국 의회가 탈퇴협정을 승인한다는 조건으로 브렉시트 시한을 기존 3월 29일에서 5월 22일로 연기해 줬지만, 영국 하원에서 EU 탈퇴협정이 수차례 부결됐다. EU는 탈퇴협정 승인이 의회에서 끝내 부결되면 4월 12일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는 방안과 5월 23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EU 탈퇴를 연기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투스크 의장이 EU 회원국을 상대로 브렉시트 기한을 내년 4월 12일까지 1년 미루는 방안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스크 의장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 표결을 통과할 경우 1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탈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딜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 기업들은 전시 상황에 준할 정도로 ‘물자 사재기’에 나섰다. 150년 역사의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스탄나는 물품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사내 교육시설을 창고로 바꿨다. 에어버스도 최소 1개월 분량의 추가 재고를 보유하기로 했다. 영국 기업들이 재고를 늘리는 것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EU 시장의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영국은 제조업 수입의 절반을 EU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가 부활하면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