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무관세혜택 사라지기 전
수입 원자재·부품 재고 비축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국 기업들이 전시 상황에 준할 정도로 ‘물자 사재기’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과자부터 금속업체까지 영국 제조업체들이 수입 원자재와 부품 비축량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기업의 재고 축적지수는 66.2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50 미만을 유지하던 재고 축적지수는 지난해 11월 52로 상승한 데 이어 2월(59.9)과 지난달에도 크게 높아졌다. 전월 대비 상승폭으로는 1992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크다. 지수가 50을 넘으면 기업들이 재고를 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재고를 늘리는 까닭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EU 시장의 무관세 혜택이 사라져 더 비싼 값에 원자재 등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제조업 수입의 절반을 EU에 의존하는 만큼 관세 부활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에도 1년간 한시적으로 수입 규모의 87%에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지난달 3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계획이 있거나 계획을 짜는 기업은 66%에 달했다. 150년 역사의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스탄나는 물품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사내 교육시설을 창고로 바꿨다. 유럽 최대 항공업체 에어버스도 최소 1개월 분량의 추가 재고를 보유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도버항 이외 다른 항구를 이용할 예정이라며 영국 정부에 물류창고 이용 허가를 요구했다.

WSJ는 “브렉시트가 원만하게 이뤄지더라도 재고량 급증은 향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12일로 정해진 노딜 브렉시트 시한은 가까워지고 있지만 영국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틀째 협상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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