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이민행렬 흐름 조절위한 질서 부여 원해"
미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 로페스 오브라도르 초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행 중미 이민자 유입을 빌미로 멕시코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강경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멕시코가 협조 방침을 밝히면서도 맞대응을 자제했다.

1일(현지시간)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나는 사랑과 평화를 선호한다"면서 멕시코는 우리 영토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명백하게 우리는 중미 이민자들이 우리나라를 통과하기 때문에 도와야 한다"면서 "우리는 중미 이민자들의 통과가 합법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장하기 위해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면서 "다만 소란 없이 신중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차분하고 평온하게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트럼프의 국경 폐쇄 강경 발언에 대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트럼프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사랑과 평화'를 거론하며 이민을 억제하겠다는 평소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멕시코가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이번 주에 국경 전체나 대부분을 폐쇄할 것이라며 "농담이 아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엘리엇 엥걸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멕시코시티를 방문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만난 뒤 양국간 당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외교위 청문회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엥걸 위원장은 트위터에 "미국과 멕시코 관계의 중요성에 관한 특별한 만남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가졌다.

중미 국가들을 돕는데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미국 워싱턴 주재 멕시코 대사인 마르타 바르세나는 엥걸 위원장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협력을 발전시키고 멕시코의 부패를 척결하는 한편 우호적이고 생산적인 양자 관계의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국경폐쇄 경고에 멕시코 맞대응 자제…"사랑·평화 선호"
멕시코의 대외 수출 가운데 약 80%가 미국으로 향하므로 미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무역을 중단한다면 멕시코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과 멕시코의 교역 규모는 하루 170억 달러에 이른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이 입을 피해도 만만치 않다.

미 상공회의소는 양국간 국경 폐쇄가 현실화한다면 미국인 500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민 문제는 미국과 해당 지역(중미 국가) 간의 문제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미국 국경 지역에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가 체포된 이들의 대부분은 가난과 폭력이 만연한 중미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3개국은 지리·경제적으로 밀접해 '중미 북부 삼각지대(Northern Triangle)'로 불린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작년 12월에 취임한 이후 미국이 중미 3국의 경제개발을 도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을 줄일 수 있다는 해법을 일관되게 제시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지난 30일 중미 3국에 대한 원조 중단을 발표했다.

멕시코 이민 당국은 이날부터 남부 치아파스에 모인 약 2천500명의 중미·카리브해 출신 이민자 중 일부에게 인도주의적 비자를 한정적으로 발급할 계획이다.

인도주의 발급 1차 대상자는 어린이, 여성,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이민 당국은 또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로 돌아가는 버스 운송수단을 제공하고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항공편을 제공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