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이 득표율 51%를 기록했지만 수도 앙카라 광역시장 자리를 25년 만에 야당에 내줬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터키 중앙은행이 최근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언론 "여권 연대 52% 득표"…야당 25년만에 앙카라시장 탈환이스탄불 대접전 후 여·야 모두 승리 주장…결과 공방 예상에르도안 "전체적으로 승리"…대도시 反에르도안 정서 증가'경제난' 속에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의개발당'이 전체 득표율에서 승리했다.그러나 수도에서 25년만에 야당이 승리, 대도시 민심 풍향의 변화가 감지됐다.31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91% 개표가 진행된 현재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이슬람 기반 '정의개발당'(AKP)이 45.0%를 득표했다고 일간 휘리예트 등이 선거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30.3%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CHP와 선거연대를 구성한 '좋은당'(IYI)이 7.4%, AKP와 손잡은 '민족주의행동당'(MHP)이 6.8%를 각각 득표했다.쿠르드계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은 4.0% 득표에 그쳤다.30개 광역시장 경쟁에서 AKP(16)와 MHP(1)의 여권 연대는 총 17곳에서 앞섰다.AKP는 그러나 25년 만에 수도 앙카라 광역시장을 야당에 내줬다.경제·문화의 중심인 이스탄불에서 광역시장 선거 개표 막판 1·2위 후보 간 격차가 0.06%포인트까지 좁혀진 초접전을 벌인 후 AKP 후보인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가 승리를 선언했다.그러나 야당 CHP도 "3대 도시에서 모두 승리했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이번 선거는 터키가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사법부까지 강력한 권한을 장악한 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로, 에르도안 찬반투표 성격이 강했다.터키 경제가 침체(2분기 연속 역성장)에 진입하고 연간 물가상승률은 9월 이후 매월 19∼24%로 고공행진하는 등 경제난 속에서 치러져 '심판론'이 주효할지 주목됐다.결과적으로 '심판론'보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안보 우선론(생존론)'이 우세했다.여권 연대(AKP+MHP)는 약 52%를 득표, 작년 대통령선거 당시 득표율(52.5%)을 유지하며 승리했다.그러나 수도 앙카라에서 패배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초접전 승부로 내용 면에서 승리를 단언하기에는 모자랐다.전통적으로 터키 지방선거에서는 '이스탄불에서 이기면 터키에서 승리하고, 앙카라에서 패하면 터키에서 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두 지역이 승패의 지표 역할을 한다.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께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AKP가 터키 전역에서 앞섰다"며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그는 수도에서 패배를 의식한 듯 "일부 도시에서 졌지만, 이것은 민주주의에서는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으로 4년 반 동안은 선거가 없다"면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연합뉴스
신흥국 투자 수익률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곳은 터키와 브라질이다. 지난 22일부터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요동치면서 시장은 지난해 8월 터키발(發) 신흥국 증시 급락을 떠올리고 있다. 브라질은 연금 개혁안이 표류하면서 지난주부터 증시가 급락세다. 시장전문가들은 리라화 급락이 지난해처럼 신흥국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당분간은 이들 악재 때문에 신흥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겠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급락할 때마다 매수할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터키·브라질 악재에 펀드·채권 수익률↓지난 22일 터키 외환시장에선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가 장중 6.5% 급락했다. 지난해 8월 리라화 가치가 열흘 만에 25%가량 폭락한 뒤 최대 낙폭이다. 터키 금융당국이 개입해 리라화 매도를 일시적으로 막으며 잠시 회복했지만, 28일 리라화 가치는 다시 장중 5% 떨어졌다. 터키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브라질은 연금개혁안 표류가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내놓은 연금개혁안에 의회가 반발하면서 연금 개혁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하던 브라질 증시도 최근 방향을 바꿨다. 브라질 대표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달 말까지 8개월간 31.2% 올랐다. 하지만 최근 1주일 사이엔 3.7% 떨어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연금개혁안 통과를 자신했던 브라질 정부도 최근엔 통과 가능성 자체에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며 “개혁안 통과 기대감으로 빠르게 오른 증시에서도 실망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국내에서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수익률이 최근 급락했다. 글로벌 신흥국에 고루 투자하는 펀드들은 1주일 새 평균 2.05% 손실을 냈다. 브라질 펀드 손실이 6.18%로 가장 컸다. 신흥국 채권 투자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올초 신흥국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터키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리라화 급락 때문에 올 들어 환차손으로만 고점 대비 6.3%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당분간 투자심리 회복 어려워”신흥국 지역에 투자한 국내 상장사 주가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CJ CGV 주가는 최근 1주일 동안 5.9% 떨어졌다. 이 회사는 터키 최대 극장 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 4월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대금을 파생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조달한 탓에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 CJ CGV가 차액을 투자자에게 보전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CJ CGV는 터키 사업에서 파생상품으로만 1771억원 손실을 봤다.시장 전문가들은 리라화 가치 급락이 지난해 8월과 같은 신흥국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지만 당분간 투자심리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졌고 달러 강세 폭도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리라화 급락이 지난해처럼 신흥국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올초 부각됐던 신흥국의 저평가 매력이 아직 유효한 만큼 장기 투자자라면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을 때마다 매수할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상장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0.9배로 평균인 11.9배 아래 수준”이라며 “높은 변동성에 주의하면서 브라질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받을 때마다 조금씩 매수하는 전략을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터키 금융시장 불안이 신흥국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터키 리라화 가치 추락에서 시작된 시장 불안이 남미와 동남아시아 일부 신흥국의 연쇄적인 통화 위기를 불렀다.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터키발(發) 금융 혼란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2.3% 급락했다. 연초 대비 15% 넘게 하락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도 불안정하다. 달러화 대비 남아공 랜드화 가치는 지난 22일과 비교해 6%가량 떨어졌다.31일 지방선거를 앞둔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부가 리라화 환율 안정을 위해 막무가내로 시장에 개입하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한때 안정을 찾는 듯했던 리라화 가치는 이날 다시 5% 급락했다. 중앙은행이 지난 며칠간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냈다. 터키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이 이달 들어서만 29%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탄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시장에서는 지난해 신흥국 국가들의 금융위기를 몰고 왔던 터키가 올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경제 제재로 촉발됐던 터키 금융시장 위기는 당시 터키와의 교류량이 많던 신흥국들의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2~10월 리라화 가치가 31.7% 하락하는 동안 남아공 랜드화(-19.4%), 브라질 헤알화(-14.4%), 인도네시아 루피아화(-12.0%)도 가치 하락을 면치 못했다.다만 터키의 금융불안이 동아시아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제이슨 다우 애널리스트는 “터키와의 직접적인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아시아 지역 시장들은 어느 정도 저항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