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대북제재를 두고 황당한 혼선을 빚었다. 진앙지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22분 트위터를 통해 “미 재무부가 오늘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했다”며 “나는 추가 제재 철회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당장 미 행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미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대북제재를 취소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전날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처음으로 대북제재에 나서며 중국 해운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 중 한 곳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번호판 없는 벤츠’를 실어나른 회사였다. 이번 제재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미국은 ‘최대 압박’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나와 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행정부가 발표한 제재를 다음날 대통령이 뒤집는다는건 상상조차 힘든 황당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두고 재무부에 문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재무부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의 제재 발표 시점을 ‘오늘’이라고 했지만 정작 재무부의 발표는 ‘전날’ 이뤄졌고, ‘오늘’ 재무부가 발표한 제재는 없었기 때문이다. CNN은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혼란스러우며 정확히 어떤 것(제재)을 가리킨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혼란을 가중시킨 건 백악관의 부실한 해명이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한다”며 “이런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취소했다는건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22일(현지시간) 트윗.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에서 "미국 재무부가 오늘 발표한 추가 대북제재를 취소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22일(현지시간) 트윗.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에서 "미국 재무부가 오늘 발표한 추가 대북제재를 취소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트위터 캡처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발표를 ‘오늘’로 착각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 언론들도 처음엔 트럼프 대통령의 ‘말실수’ 쪽에 방점을 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발표 날짜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 전 부과된 대북제재를 철회해 자신이 관할하는 부처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불과 몇시간 전에 행정부 관리들이 내린 국가안보 관련 주요 결정을 대통령이 뒤집으면서 행정부 내 불화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저녁 이 사안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소한건 21일 대북제재가 아니라 다음주 발표가 예정된, 대규모 제재(계획)를 취소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한 제재는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21일 발표된)제재가 아니다”고 전했다.
 북한의 불법환적 의심해역. 그래픽=한국경제신문

북한의 불법환적 의심해역. 그래픽=한국경제신문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미래 제재를 철회한게 맞다면 북한에 대한 ‘어르고 달래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날 미 재무부의 독자제재 발표 뒤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제재는 유지하되, 추가 제재에는 선을 그으면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묶어두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추가 대북제재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더 강화할 생각이 없다. 현재 제재가 매우 강하고 북한에도 주민들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확한 트윗으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북한 정권에 대한 보다 강경한 태도를 요구해온 최고 참모들과의 균열이자 백악관의 대언론 메시지 전략 실패”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밤까지도 백악관으로부터 정확한 지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