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일본은 ‘흡연자 천국’으로 불렸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술집은 물론 대다수 대중음식점에서 흡연을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건 없건, 주변에 어린이가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커피숍도 예외가 아니어서 마치 20~30년 전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랬던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금연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패밀리레스토랑과 술집, 주요 외식체인에서 잇따라 전면적인 금연이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도쿄 신바시 흡연공간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한경DB

도쿄 신바시 흡연공간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한경DB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식 체인 업체인 스카이라크홀딩스는 자사 주요 외식체인인 가스트와 조나단 등의 3200여개 점포에서 전면 금연을 시행키로 했습니다. 아직까진 2300여개 점포가 흡연석, 흡연부스를 갖추고 있지만 올 4월~8월까지 순차적으로 흡연석을 모두 없애기로 했습니다. 기존 흡연부스 공간은 어린 아기의 기저귀를 가는 공간 등으로 바꿔나갈 계획입니다. 가계 외부에 설치됐던 재떨이도 모두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스카이라크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의 30%가량이 미성년자인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또 다른 외식체인인 사이제리야도 2017년 말에 “2019년 9월까지 약 1000여개 점포 전석을 금연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900여개 점포에서 전석 금연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로얄호스트홀딩스와 일본맥도날드홀딩스도 2~3년 전부터 전석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외식업체들이 이처럼 흡연에 대한 태도 변화에 나선 것은 일본의 건강증진법 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20년 4 월에 전면 시행되는 개정 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음식점은 한국에서처럼 원칙적으로 실내 금연 대상이 됩니다.

일본에서 흡연자가 줄고 있는 점도 음식점들이 고객 눈치를 보지 않고 금연조치를 취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 담배산업계에 따르면 일본 성인 중 흡연자의 비율은 지난해 17.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선술집 체인인 구시카쓰다나카는 지난해 6월부터 거의 모든 점포에서 금연을 시행하고 있는데 주류 주문 감소, 객단가 하락의 부정적 영향도 있지만 가족 고객의 방문이 늘면서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현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일반 직장에서도 흡연자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근무시간 중 금연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2020년에는 전면 금연키로 했습니다. 사무실 뿐 아니라 이동 중에도 금연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도요타자동차도 연내에 일본 내 모든 시설을 금연으로 지정하고 흡연 장소를 순차적으로 폐지키로 했습니다.

흡연 문제에 있어서만은 세계 흐름에 한발 뒤쳐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일본에도 마침내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본 사회·문화상 발생하는 큰 변화 중 금연 확산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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