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직접투자 100억弗 넘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착공
미국에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을 피해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미 산업계가 이끄는 기술 혁신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목적도 크다. 미국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 및 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단독] "미국을 제2의 생산기지로"…속속 美공장 짓는 韓기업들

SK이노베이션(191,000 +0.26%)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급성장하는 미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한 전진기지다. 2025년까지 16억7000만달러(약 1조8867억원)를 투입해 연간 2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LG전자(73,900 -0.14%)는 테네시주 내슈빌 인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을 다음달 완공한다. 앞으론 관세 걱정 없이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다. 오는 5월엔 롯데케미칼(282,000 0.00%)이 31억달러를 투입해 지은 루이지애나 유화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한화큐셀의 조지아주 태양광 공장과 CJ제일제당(315,500 -0.79%)의 뉴저지 식품공장은 올해 초 완공돼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45,300 -0.66%)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 한국타이어의 테네시 공장은 지난해 완공됐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대(對)미국 직접투자액은 108억달러로 3년 연속 100억달러를 넘었다.
[단독] "미국을 제2의 생산기지로"…속속 美공장 짓는 韓기업들

트럼프 보호무역 공세 우회…親기업 환경도 매력

한국 기업의 미국 공장 신·증설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 인수합병(M&A)도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16억76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CJ는 식품첨가물업체인 프리노바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2017년 텍사스주 에틸렌아크릴산 생산 공장을 M&A(3억7000만달러)했고 삼성전자는 2016년 80억달러에 자동차 전자장치기업인 하만을 사들였다.

한국 기업 관계자는 “미국은 시장 자체가 클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규제 완화와 대대적인 감세 등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어 사업 확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열린 SK이노베이션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SK이노베이션의 투자는 미국을 투자 최적지로 만들기 위한 우리 계획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를 보면 한국 기업의 대(對)미국 직접투자액은 2016년부터 매년 10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2012~2015년 연간 50억~60억달러 수준에서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미국 은행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도 있어 실제 투자액은 외환거래법에 따른 수출입은행 집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직접투자를 늘리는 기업은 한국 기업뿐만이 아니다. 미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대미 직접투자는 평년보다 많은 277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이 세계 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면서 지난해 성장률이 2.9%로 경기 확장세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명한 법·제도를 갖춘 것도 강점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투자를 빨아들이는 요소다. 글로벌 인재가 모여 있고 셰일혁명으로 에너지값도 크게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크게 낮췄다. 한국(25%)보다 법인세 최고 세율이 대폭 낮아졌다.

주정부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센티브를 준다. 조지아주는 SK이노베이션 공장에 세금 감면과 부지 제공 등 투자비의 절반에 육박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폭스바겐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배터리회사가 인근에서 제품을 공급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은 인근 테네시주에 공장을 두고 있다.

커머스=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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