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격 참사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총격범이 범행 직전 인터넷에 올린 ‘반이민 선언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을 새롭게 한 상징’이라고 지칭하면서다. 뉴질랜드 참사의 불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 사건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백인 우월주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수의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0년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한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끌어안고 대담하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선 경선주자인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범행의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이슬람 신자를 방어하는 강력한 성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쓰는 언어와 매우 비슷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꼬집었다. 최초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인 민주당의 라시다 탈리브는 “미국에서 백인우월주의 세력이 확장하고 있다는 데이터와 정보가 있다”며 “‘소규모의 사람들’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1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팻 툼니 공화당 상원의원도 NBC방송에 나와 “대통령의 발언이나 트윗과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게 하는 극단적인 유형의 광기에는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경 장벽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백인우월주의가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