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사실상 연기 쪽으로 가닥…'얼마나 연기'가 관건
'합의안 통과 아니면 연기'…메이 英 총리 마지막 승부수 통할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계속 자신의 합의안에 반대하자 아예 브렉시트를 오랜 기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유럽연합(EU)과의 깨끗한 결별을 원하는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브렉시트 연기를 매우 꺼리는 점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브렉시트 시점이 장기간 연기되면 제2 국민투표 주장이 힘을 얻어 아예 브렉시트가 취소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를 코앞에 두고 합의안을 의회에서 극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브렉시트 시점을 늦춰야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 메이 "브렉시트 연기 여부 표결"…기간이 변수
영국 하원은 13일(현지시간)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표결 결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예고한 대로 다음날 브렉시트 시기 연기 여부를 묻는 방안을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앞서 메이 총리는 12일 브렉시트 합의안 제2 승인투표를 실시한 뒤 부결되면 다음날 '노 딜' 브렉시트 여부를 의회 결정에 맡기고, 여기서 '노 딜'을 거부하면 다시 브렉시트 연기 여부를 묻는 '3단계 투표 계획'을 발표했다.

잇따른 의회 패배로 모두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포기했다고 판단했지만 메이 총리는 여기서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14일 상정될 메이 총리의 결의안은 '오는 20일을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데드라인으로 정한다.

만약 합의안이 그때까지 통과되면 정부는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탈퇴 시점을 6월 30일까지 연기한다.

만약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이보다 오래 연기해야 하며, 이 경우 (5월에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만약 이 안이 가결되면 메이 총리는 20일까지 브렉시트 제3 승인투표를 열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 통과 아니면 연기'…메이 英 총리 마지막 승부수 통할까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다만 승인투표 횟수에는 별도 제한이 없다.

메이 총리가 이같은 안을 내놓은 것은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그룹이 자신의 합의안을 지지한다면 의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2일 열린 승인투표에서 메이 총리의 합의안은 찬성 242표, 반대 391표로 149표 차로 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이 중 집권 보수당 의원은 75명이었다.

대부분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이들이 모두 찬성표로 돌아선다면 합의안 통과가 가능한 셈이다.

일단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그룹의 반응은 엇갈린다.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의 수장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계속해서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반대할 것인지를 묻자 "(합의안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ERG의 부의장인 스티브 베이커 의원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연기 위협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에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안 통과 아니면 연기'…메이 英 총리 마지막 승부수 통할까
◇ 2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불확실성 여전
일단 만약 메이 총리의 결의안이 통과되면 20일까지 열릴 제3 승인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브렉시트는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는 지난 2017년 3월 29일 유럽연합(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오는 29일 23시(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다만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고, EU 27개 회원국이 이를 만장일치로 받아들이면 브렉시트 시점을 공식적으로 미룰 수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정식으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면 EU는 이달 2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이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는 15일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를 만난 뒤 18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19일에는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와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만약 영국이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려면 얼마나 연장할지, 왜 연장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영국 하원의 제2 승인투표가 부결된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영국이 연장을 요청한다면 믿을 수 있고 확실한 정당성을 제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영국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할만한) 새로운 선택지들을 제시해야만 그 요구를 지지할 것"이라면서 "(영국이) 추구하는 목표에 대한 명확한 관점이 없이는 우리는 시한 연기를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후 이행법률 심의 및 비준동의 절차를 벌기 위한 단기간의 기술적 연기가 될지, 아니면 아예 이보다 긴 연기가 필요할지를 EU 측에 밝힐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요청할 경우 EU가 브렉시트 연기를 거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영국은 물론 EU 회원국 역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다만 EU 역시 단기간의 브렉시트 연기를 선호하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가 5월 24∼26일 열리고 이들이 7월부터 활동에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6월 말 이후로 브렉시트 시점을 늦출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 연말까지 투스크 의장과 융커 위원장 등 EU 수뇌부 교체가 예정돼 있는데,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기하면 아예 협상팀이 교체되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EU 자체가 여기에 휘말려 3년 동안의 시간을 소비한 만큼 이제는 EU 본연의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브렉시트를 일단락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