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예일대 UCLA 등 명문대가 연루된 사상 최대 대학입시 비리가 미국에서 터졌다. 유명 배우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등 수십 명이 1인당 수백만달러까지 뇌물을 주고 자녀를 체육특기생으로 부정입학시킨 게 드러났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매사추세츠 연방지방검찰청은 12일(현지시간) 학부모 33명, 대학 체육코치 9명, 입시브로커 등 50여 명이 연루된 입시비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예일, 스탠퍼드, 조지타운, UCLA, USC 등 대학 7곳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지난 8년간 오간 뒷돈 규모가 2500만달러(약 283억원)에 달했다. 검찰은 “사상 최대의 대입 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윌리엄 싱어라는 입시 컨설팅업체 대표가 주범이다. 싱어는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에지 칼리지&커리어 네트워크’라는 입시회사를 세운 뒤 체대 입학을 컨설팅하면서 2011년부터 8년간 온갖 불법을 자행했다.

학생이 실제 몸담지 않은 팀이나 수상 실적을 거짓으로 꾸며 입학원서를 제출했다. 또 대학의 체육코치를 찾아가 입학을 조건으로 뇌물을 건넸다. 예일대 여자축구팀 코치 루돌프 메러디스, 스탠퍼드대 전 요트팀 코치 존 벤더모어 등은 수십만달러를 받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어는 또 SAT(미국 수학능력시험)·ACT(미 학력고사) 등 입시 시험을 관리하는 대학 책임자에게도 뇌물을 줘 학생들의 답안을 바꾸거나 대리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알선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부정입학을 위해 최대 650만달러까지 싱어에게 건넸다. 대부분 수십만달러를 썼다. 이들 중엔 유명인이 대거 포함됐다. ABC 방송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한 펠리시티 허프먼, 시트콤 ‘풀하우스’에 나온 배우 로리 러프린이 포함됐다. 러프린은 두 딸을 USC 조정팀에 넣어주는 대가로 싱어에게 50만달러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더글러스 호지 전 CEO, 사모펀드 TPG캐피털의 윌리엄 맥글라샨, 투자회사 허큘리스캐피털의 마누엘 엔리케스 CEO 등도 포함됐다. 뉴욕의 로펌 공동대표인 고든 캐플런, LA의 마케팅업체 대표 제인 버킹엄 등도 적발됐다. 검찰은 “대학 측이 브로커와 공모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UCLA, 스탠퍼드 등은 비리가 드러난 코치를 해고하고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