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통계국이 올해부터 지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직접 산출하기로 했다. 지방정부별 GDP 규모와 경제성장률 순위를 매기는 것도 중단하기로 했다. 지방정부가 경제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통계를 부풀리면서 중국 전체 GDP가 왜곡됐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통계 사기' 비판에…中 정부, 지방 GDP 직접 산출
13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인중칭(尹中卿)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통계조작 근절 방안을 전인대 회의에 보고했다.

국가통계국은 올해 안에 지방정부로부터 자료를 수집해 전국과 지방 단위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통계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의 통계 조작을 근절하고 중국 GDP 통계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로 했다.

인 부위원장은 “이미 6개 지방정부를 3개 그룹으로 나눠 새로운 시스템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쿵이 톈진재정경제대 부학장은 “이번 결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사회를 보다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통계시스템의 허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선 1985년부터 지방정부도 별도로 지역내총생산(GRDP)을 발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계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방정부가 집계한 GRDP를 모두 합치면 중국 국가 GDP보다 항상 5~10% 많았기 때문이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지난주 강연에서 “중국의 GDP가 과대평가돼 있다”며 “기업과 개인의 악성채무를 반영하면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콩중문대와 미국 시카고대 연구진도 2008~2016년 중국 성장률이 공식 발표보다 연평균 2%포인트가량 낮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이들 연구진은 부가가치세 자료와 위성 사진, 국세 수입, 전기 소비, 철도 화물 운송량 등을 감안해 산출한 결과 작년 중국의 명목 GDP는 공식 발표치인 13조4000억달러보다 18% 적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닝지저((寧吉喆)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가통계국장은 전인대 기자회견을 통해 GDP 통계 조작설을 부인했다. 그는 “중국은 생산법, 소득법, 지출법 등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GDP 증가율을 계산하고 있다”며 “유엔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중국의 GDP가 믿을 만하다고 인정한다”고 반박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