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 "끈질긴 로비로 석방 성사" 주장 부인
말레이 총리, 김정남 암살 여성 석방에 "법절차 따랐을 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인도네시아인 여성이 전격 석방된 것과 관련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사법부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조처라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12일 일간 더스타 등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는 이날 쿠알라룸푸르 의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시티 아이샤(27)의 석방과 관련한 로비를 받았냐는 질문에 "(그와 관련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검찰은 전날 오전 갑작스레 시티에 대한 공소를 취소했고, 재판부는 별도의 무죄선고 없이 시티를 석방했다.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하는 데 관여했다는 사실은 명백했기에 고의적 살인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과실치사 등 다른 혐의로 처벌될 것이란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최근까지도 시티 등이 '훈련된 암살자'라고 주장하던 검찰의 입장 전환이 너무나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현지에선 관련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말레이 총리, 김정남 암살 여성 석방에 "법절차 따랐을 뿐"
같은 날 오후 시티가 귀국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끈질긴 외교적 로비"를 통해 석방을 이뤄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는 시티를 석방한 것은 법적 절차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것은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그녀는 재판에 부쳐졌다가 공소가 취소됐고 이는 법에 다른 절차다.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검찰은 무죄 선고 없는 공소 취소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말레이 검찰은 시티와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발랐던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1·여)에 대해서는 공소를 취소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매체들은 김정남이 입고 있던 재킷에서 시티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고, 김정남을 공격하는 모습이 공항 내 CCTV에 찍히지도 않았다는 변호인의 발언을 인용해 시티가 흐엉보다 더 석방되기 쉬운 입장이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주범격인 북한인 용의자들로부터 VX를 건네받아 김정남을 앞뒤로 포위한 채 공격을 했다는 점엔 차이가 없는 만큼 이런 해석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흐엉은 말레이 당국에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그는 오는 14일로 연기된 다음 공판을 전후해 시티와 같은 방식으로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