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發 논란 속 비건 공개석상…美정부 내 일치된 입장 재확인
비건, 생화학무기에도 비중…"北 NPT 복귀 필요·IAEA에 중요 역할"
'美 강경해졌나' 질문엔 "아니다.


처음부터 美입장은 FFVD" 반박
'협상파' 비건도 달라진 톤…FFVD 앞세우며 '빅딜 대화' 촉구
미국 정부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내세워 북한에 대화와 압박의 양면 메시지를 재차 발신했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속에도 대화의 문이 열려있음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실무협상을 주도한 비건 대표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에 완전히 동의하고 있음을 강조해 북측에 '빅딜' 수용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건 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해 대북협상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뒤 비건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대북 발언을 한 것은 이날 좌담회가 처음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5일 상원 외교위원회에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기는 했지만 비공개로 진행됐고 취재진의 질의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잇단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의 제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을 내세우며 북한에 빅딜 수용을 토대로 한 대화를 촉구했다.

비건 대표의 좌담회 속 답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를 꺼리는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해 모든 WMD의 제거를 요구하면서 미국 정부가 점진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미 고위당국자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누구도 단계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 언급을 비건 대표가 민간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핵정책 콘퍼런스라는 행사 무대를 빌려 실제로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비건 대표는 볼턴 보좌관이 등판하면서 미국 입장이 상당히 강경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처음부터 미국의 입장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이었다"고 반박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 1월말 스탠퍼드대에서 북한의 단계적 접근과 일맥상통하는 동시·병행적 접근을 제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합의에 기대를 키웠던 주인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 결렬을 거치며 빅딜 접근을 분명히 한 와중에 엇박자를 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비건 대표는 "외교는 여전히 아주 살아있다(very much alive)"면서 "우리(미국)는 관여를 유지하고 있고 문은 열려있다"고 밝혀 동창리발(發) 논란의 와중에도 협상의 맥을 이어갈 뜻을 거듭 밝혔다.

동창리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심각하게 여기며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관여정책의 지속을 100% 지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나의 (북한측) 상대가 유연하고 기민하고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공간을 진정으로 창출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협상파' 비건도 달라진 톤…FFVD 앞세우며 '빅딜 대화' 촉구
그러나 비건 대표는 '시험발사를 한다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기하며 미사일 시험발사든 위성을 탑재한 로켓의 발사든 북미협상을 지속하는 데 '생산적 조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간접적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 접근을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향후 협상의 최전선에 설 비건 대표까지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비건 대표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WMD의 제거에 생화학무기가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핵무기 위협을 제거하면서 생화학무기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고 이는 우리(미국)와 (북한의) 인접국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안보리 결의에도 핵무기와 함께 생화학무기가 적시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 생화학무기가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 갖는 무게감을 강조했다.

이는 애초부터 미국 정부가 염두에 둔 비핵화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볼턴 보좌관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비건 대표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실행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북한 내 화학무기 문제 해결에 아주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까지 했다.

핵무기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으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IAEA의 관여를 통해 안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는 기본적 원칙도 확고히 했다.

그는 "주의 깊게 (협상)하고 합의의 결과 보장을 위해 충분한 검증과 모니터링을 추구하고 올바르게 (진행)된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대표까지 나서서 트럼프 행정부 내 일치된 빅딜 접근을 강조하는 상황에 북한은 향후 대응을 위한 숙고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로 대응할 경우 북미협상의 토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북한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