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부 주(州)정부와 대도시 의회가 현금을 받지 않는 ‘캐시리스 매장’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美 도시 "현찰 받아라"…아마존고 '부글부글'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의회는 오는 7월부터 주요 소매업체가 현금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캐시리스 매장 이용이 쉽지 않은 저소득층을 배려한 조치다. 저소득층 가운데 상당수는 은행 계좌가 없고 신용카드 발급도 어려워서다.

필라델피아시는 현금을 받지 않는 업체엔 2000달러(약 23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된다. 다만 주차장과 코스트코 등 멤버십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 예치금 결제가 필요한 렌터카업체, 호텔 등은 예외로 인정했다.

짐 케니 필라델피아시장 대변인은 “시 거주자의 26%가 빈곤선 이하의 저소득층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은행 계좌가 없다”고 말했다. 통장 잔액이 부족하거나 수수료 부담이 커서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 빈곤층을 배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 가계의 6.5%가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있다. 뉴저지주, 뉴욕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DC 등에서도 이 같은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반발도 크다. 현금 결제를 강제하면 거래 비용을 줄일 기회를 막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디지털 결제 전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아마존은 법안이 제출됐을 당시부터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WSJ는 전했다. 아마존고에선 현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마존고는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서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의 코드를 스캔한 뒤 센서를 통해 물건을 집어서 나가는 움직임을 포착해 자동으로 결제 청구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아마존은 2021년까지 아마존고 매장을 3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업체들이 결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