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이 실제보다 2%포인트가량 부풀려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중국의 공식 통계가 조작됐다는 오랜 의구심을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이 공론화한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美 브루킹스 "中정부, 성장률 年 2%P씩 부풀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7일(현지시간)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평균 1.7%포인트, 실질 GDP 증가율은 매년 평균 2%포인트씩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는 2008~2016년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연간 성장률을 분석한 ‘중국 국가통계에 대한 범죄과학적 조사’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명목 GDP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보고서는 중국의 공식 GDP 규모가 2016년의 경우 실제보다 12%가량 부풀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작년도 2016년과 같은 정도로 통계가 부풀려졌다면 지난해 중국 GDP는 정부가 발표한 90조위안(약 1경5130조원)보다 10조8000억위안 적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원들은 중국의 실제 GDP 측정을 위해 중국 정부가 2005년부터 전산화한 부가가치세 데이터를 활용했다. 세금 관련 자료는 속이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부가세 데이터를 토대로 지역별 산업과 도·소매업의 생산을 다시 계산했다.

브루킹스의 이번 연구는 중국의 경기 하강세가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은 6.6%다. 이 자체도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브루킹스의 주장을 단순 대입하면 실제 성장률은 4%대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가 된다.

브루킹스는 공식 통계의 왜곡이 중국 지방정부들의 통계 조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셰창타이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 지방정부들은 성장과 투자 목표를 달성하면 공산당으로부터 보상받는다”며 “이는 통계를 조작할 인센티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년 동안 지방정부의 GDP 합계는 중앙정부 공식 통계를 웃돌았다. 중국 정부도 2016년 일부 지방 통계가 왜곡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3개 지방 고위 관리들을 처벌하기도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6.0~6.5%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도 중국 정부의 통계가 일부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컨설팅업체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천룽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지방 공무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GDP는 여전히 중요하다”며 “중앙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했다면 그것은 달성돼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