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저소득층에 한 달에 최소 780유로(약 100만원)의 수입을 보장하는 ‘시민 소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일종의 기본소득 제도다. 유럽연합(EU) 집행부와 주변국은 허약한 이탈리아 재정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6일(현지시간) 전국 우체국과 조세지원센터(CAF), 기본소득을 주관하는 웹사이트에서 기본소득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접수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오는 5월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수급자는 선불카드 형태의 카드를 받는다. 받은 돈은 음식과 의약품 등 생필품을 사거나 전기료 등 공과금, 주택 임차료를 내는 용도로만 쓸 수 있다.

월 수입이 780유로(약 100만원)가 안 되거나 일자리 없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면 1인당 40∼780유로(약 5만∼1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정은 월 최대 1300유로(약 166만원)의 수당을 받을 전망이다.

이 사업은 작년 6월 출범한 연합 정부에 최대 지분을 가진 집권당 ‘오성운동’의 최대 공약이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을 맡은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이날 “시민 500만 명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볼 것”이라며 “이번 제도 도입은 혁명”이라고 말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기본소득이 소비를 촉진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탈리아의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은 지난 1월 기준 10.5%와 33%로 EU에서 각각 세 번째,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기본소득 도입으로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0%가 넘는 이탈리아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기본소득 집행을 위해 올해 70억유로(약 9조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전 정부가 저소득층에 지급한 보조금의 3배가 넘는다.

시간이 갈수록 재정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탈리아 통계청(ISDT)에 따르면 기본 생필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절대 빈곤층은 작년 기준 510만 명에 달해 지난 10년간 3배가량 급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