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커들이 군사용으로 개발 중인 해양기술을 빼내기 위해 세계 27곳 대학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와 전·현직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공격 대상이 된 대학에는 미국 하와이대와 워싱턴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을 비롯해 캐나다 대학들과 동남아시아 대학, 한국의 삼육대 등이 포함됐다. 이들 대학은 해양기술을 집중 연구하거나 이 분야에 폭넓은 경험을 지닌 직원들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육대가 표적이 된 것은 중국에 대한 접근성과 남중국해와의 관련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대함 미사일과 관련된 잠수함 기술, 해저 음향통신 기술 등 폭넓은 해저 기술이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대학은 미 해군과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 연구기관인 우즈홀해양연구소(WHOI)도 해킹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 보안·정보 업체 아이디펜스는 세계 대학의 해양기술을 겨냥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은 2017년 4월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중국제조 2025가 2015년 국가 비전으로 제시된 이후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지도부가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언급을 피했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국유기업에 보조금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과학기술 분야 예산은 작년보다 13.4% 늘어난 3543억1000만위안(약 59조원)에 달한다. WSJ는 “리 총리가 이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지만 차세대 정보기술과 첨단장비, 생물의학, 신에너지 자동차 등을 육성해야 할 신흥산업 목록으로 꼽았다”며 “공식 명칭만 사라졌을 뿐 실체는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