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진 배경에는 한국 젊은이들의 경제에 대한 불안이 있다”(니혼게이자이신문)

“한국은 사교육비 부담이 가계를 압박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요미우리신문)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이 사상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저하에 일본도 많은 관심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배경으로 경제적 요인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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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에서 지난해 0.98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출생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최저치로 사상 처음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것입니다. 0명대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합니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이 2.1명인만큼 인구감소도 시간문제가 됐습니다.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경험했던 일본에서도 한국의 출산율 감소 소식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출산율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습입니다.

1980년 2.82로 일본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90년(1.57명)에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2000년에서 2015년 사이에는 1.2명 정도로 일본과 거의 같거나 약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한국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엔 0명대로 추락했습니다. 반면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미미하지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7년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43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사진=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 캡쳐

일본 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사진=요미우리신문 홈페이지 캡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한국의 출산율이 하락해 세계최저 수준이 된 배경에는 한국 젊은이들의 경제 불안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2010년대 이후 한국에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대우차이가 크고 고용시장이 악화되면서 젊은 층의 불안이 확산됐다는 설명입니다. 경제적 사정 탓에 결혼한 가정에서도 아이를 갖는 것에 신중해졌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에서 미혼여성이 증가한 점도 일본 언론에 출산율이 낮아진 요인으로 포착됐습니다. 한국에서 30~34세 여성의 미혼비율은 2000년 10.7%에서 2015년 37.5%로 높아졌는데 결혼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여성들의 의식변화가 눈에 띈다는 설명입니다. 출산·육아 등의 부담으로 여성의 승진이 늦어지는 기업문화도 여성들이 결혼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로 꼽혔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한국에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인기를 끈 배경을 설명하는 기사에서 교육비 부담 탓에 한국에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부담 탓에 출산의욕이 저하되고 있다는 견해입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일손부족 현상이 심각한 일본에선 인구구조와 관련한 뉴스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외국의 출산율 변화에 유독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무엇보다 인구가 줄어들어 고민인 일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한국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지적을 보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국이 고용난에 처해 청년 실업률이 높다는 것도 일본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좋지 않은 한국의 상황에 대한 ‘상식’이 하나 더 추가된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일본에 좋은 경제 상황 위주로 한국 소식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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