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논의할 게 산적해 있다.” 공식 수행단과 떨어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대북 강경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회담 직전 협상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줄곧 대북 압박 메시지를 전해온 볼턴 보좌관이었기 때문에 이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과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기 위해 하노이에 있어 기쁘다”며 베트남 하노이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별도 항공편을 통해 26일 오전 하노이에 먼저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대표적인 ‘슈퍼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 베트남행 에어포스원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번 협상에서 제외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하노이 핵담판을 앞두고 볼턴 보좌관을 2선으로 빼 북측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그는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낼 때까지는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압박 메시지를 내놨다.

이런 볼턴의 성향 때문에 북핵 담판이 시작되는 당일 오전까지 “논의할 게 산적해 있다”고 한 것은 협상이 순조롭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빅딜’을 기대한 이번 회담 성과가 최소한의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제재 완화’를 이번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는 김정은에겐 볼턴 보좌관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볼턴 보좌관이 협상 전면에 나서면 영변 핵시설을 비롯해 다른 핵시설까지 함께 폐기하는 ‘영변+α’를 얻어낼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는 방안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이뤄지는 친교 만찬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