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 상황 속속 보고 받으며 김정은과의 '최종 결단' 대비
낙관론 피력속 기대치 낮추기도…'하노이 선언' 문안도 점검
[북미회담 D-1] 트럼프, 에어포스원 기내서 막판 '열공'…명운 건 '1박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D-1일인 26일 1박2일 일정으로 확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2차 핵 담판'을 위해 막판 전략을 가다듬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공식 환영 행사와 만찬으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잇는 '하노이 선언' 도출을 위한 이틀 동안의 2차 핵 담판 일정을 시작한다.

북미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만으로, 과거 미국과 적대국에서 동반자 관계로 탈바꿈,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룬 베트남을 무대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실행 로드맵을 담을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담판에 나서는 것이다.

1박 2일간 진행될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에 따라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되는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운명도 일정 부분 달린 상황이다.

'거래의 달인', '북핵 문제의 해결사'를 자임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그만큼 김 위원장을 설득, '영변 핵시설 폐기+α'에 더하는 의미 있는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를 견인해야 할 중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로 향하는 기내에서 올린 트위터에서 "김정은과의 만남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며 "매우 생산적인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하노이행에 나서기 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전국 주지사들과 조찬을 하고 김정은과의 아주 중요한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으로 간다"면서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현명한(wise)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거듭 촉구하며 낙관론을 견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 포스 안에서 참모들로부터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의 하노이 현지 실무회담 상황 등을 보고 받으며 막판 회담 준비를 이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시간에 가까운 비행을 거쳐 이날 밤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형식 면에서 지난 1차 때와 가장 다른 부분은 당일치기로 회담 일정이 이뤄졌던 1차 때와 달리 1박 2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앞서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번 회담이 지난 1차 때와 형식(포맷) 면에서 유사할 것이라고 밝힌 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24일 회담 일정과 관련, 방송 인터뷰에서 "하루일 수도 있고, 이틀일 수도 있다"고 언급해 북미 회담 일정 자체는 하루 만에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했으나 결국 만찬으로 시작하는 1박 2일 일정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북미 정상회담 후 '친서 외교'로 대변되는 톱다운 소통을 통해 교착 국면에서도 '남다른 케미'를 과시해온 북미 정상은 첫날인 27일 만찬을 통해 어색한 분위기를 털고 담판을 시작한 뒤 이튿날인 28일 '핵 담판' 일정을 본격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차 때와 형식 면에서 비슷하다고 당국자가 전했던 만큼 28일 일정은 단독회담→확대 회담→오찬 등의 순서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AP통신도 북미 정상이 28일 여러 차례 회담한다고 백악관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1차 때보다 이번에는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허심탄회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적 여유도 늘어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 '1박 2일의 시간' 동안 김 위원장과의 담판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빅딜'을 성사시켜야 할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2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얻어내기 위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들은 (비핵화를 향한) 진짜 조치, 가시적이고 검증 가능한 조치"라고 말했다.

회담 일정이 1박 2일로 최종 잡힌 것을 두고 '스티븐 비건-김혁철 라인' 간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 간 주고받기에 있어서 일정 부분 진전을 이뤘다는 신호 아니냐는 긍정적인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대 난제인 제재완화를 놓고 그 성격상 실무선에서 조율을 마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 최종 결심은 두 정상의 직접 담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빅딜 성사 여부도 달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엄청난 회담이 될 것", "매우 성공적으로 될 것"이라며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지만, 동시에 최근 들어 대외적인 회담 기대치를 잇달아 낮추는 흐름이어서 실제로 어느 정도 결과물을 낼지를 놓고는 미 조야 등에서 회의적 시선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북미 정상이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을 두고 두 정상의 예측불허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빅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때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돌발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라면서도 "나는 서두를 게 없다. 속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며 속도조절론을 거듭 재확인하며 "난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연달아 발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동시적·병행적 기조'를 공식화하며 '단계적 비핵화' 쪽으로 사실상 전략을 선회한 흐름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미국민 안전과 위협 감소를 모토로 비핵화의 입구 단계라 할 수 있는 '동결' 등에 일차적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향한 큰 발걸음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낮추기로 결심한 듯 하지만, 여전히 그가 국내에서 직면한 정치적 격랑을 상쇄하기 위해 승리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 전에는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 베트남 지도자들과 각각 회담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