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반기 중 경기 사이클 후반 접어들 것"
“미국 경제는 상반기 중 경기사이클의 후반부에 진입할 겁니다. 작년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미 중앙은행(Fed)은 하반기 금리를 올릴 겁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엘가 바르시 수석이코노미스트(경제조사본부장·사진)는 21일(현지시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 월가에선 통상 경기사이클을 초반, 중반, 후반, 침체로 나누고 성장 가속도가 떨어지는 국면을 사이클 후반부로 부른다.

바르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기침체 전망은 과장됐다”고 잘라 말했다. 미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금융 버블은 없으며 인플레이션도 낮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글로벌 경기는 미국의 경기사이클이 어떻게 바뀔지, 그리고 중국 경제의 회복이 가능할지 등 두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연합(EU)과 신흥국 경제는 이들 요인에 휘둘릴 것이란 얘기다.

바르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지금은 경기사이클 중반에 있지만 올 상반기 후반부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둔화와 임금 인상률 상승, 자연실업률 이하의 실업률, 민간 분야의 부채 증가 등 전형적인 사이클 후반부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기사이클 후반부는 통상 6분기 정도 지난 뒤 침체에 접어들지만, 그 기간은 금융시장 위기 요인에 따라 짧게는 2분기에서 길게는 2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Fed가 참을성을 갖고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기로 한 데다 하반기 자산 축소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확장세가 과거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기 확장이 계속되면서 하반기 Fed는 한 차례가량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 회복은 지금으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재정 및 통화정책을 동원해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정책이 국유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등 과거와 달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효과가 나타날 2분기 지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의 무역협상 성공 여부도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르시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선 “양국이 이번에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좀 더 조용해지고 추가 관세도 연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무역수지 불균형이 아니라 기술 전쟁 문제”라며 “양국의 기술 경쟁이 계속 이어지며 긴장은 언제든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영향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는 “브렉시트는 지역 문제로 무역분쟁만큼 세계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르시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걱정거리로 ‘이상하게 낮은 금리’를 꼽았다. 그는 “기업들이 과거 투자하던 돈을 쌓아놓으면서 세계적으로 저축이 많다”며 “이것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부채에도 경제가 유지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저금리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막고 버블을 초래해 새로운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