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국제사회가 보낸 원조 물품의 베네수엘라 반입을 둘러싸고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브라질과의 국경을 폐쇄하자 지난달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국경지대에서 구호품을 반입하기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섰다.

마두로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방송 연설을 통해 “브라질과의 국경이 오늘 오후 8시부터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완전 폐쇄될 것”이라며 “콜롬비아 쪽도 조만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과이도 의장은 야당 의원 80여 명과 함께 콜롬비아 국경지대를 향해 출발했다. 마두로 정권에 맞춰 구호품을 베네수엘라로 반입하기 위해서다. 브라질 국경에도 의원 20여 명을 보냈다. 군부가 터널을 봉쇄하는 등 방해해 한때 과이도 의장 일행의 이동이 막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일 브라질 정부가 베네수엘라로 미국 구호품을 보내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뒤 취해졌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원조 물품은 베네수엘라 반입이 차단된 채 2주 동안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와 브라질 북부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다.

마두로 정권은 해당 지역과 통하는 해로와 항공로를 봉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는 외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아님에도 미국이 구호품을 통해 내정 개입을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군부는 24일까지 모든 항구에서 선박 출항을 금지하고 주요 접경지역에 미사일과 보병을 대거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과이도 의장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오는 25일 콜롬비아에서 과이도 의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20일에는 구호품 250t을 실은 선박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출발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국경부터 안전지대까지 이어지는 ‘인간 사슬’을 형성해 구호물자를 들여올 계획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