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 확보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16개 주정부가 위헌 소송을 냈다고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 연방 50개 주 가운데 약 3분의 1이 반기를 든 것이다.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등 16개 주 법무장관들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비상 예산을 편성한 것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소송에 참여한 16개 주 중 일리노이, 버지니아 등 15개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당선된 곳이다. 공화당 래리 호건 주지사가 있는 메릴랜드주도 가세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재난 대비 예산 등을 전용해 장벽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불법 입국이 45년 만에 가장 적었다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통계를 근거로 “남쪽 국경에 장벽을 세울 만큼의 비상사태가 없다는 점을 연방정부 통계가 입증한다”고 했다. 미 역사상 법률에 의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예산을 전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선례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예산 전용은 없었다.

의회도 거세게 반발할 전망이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예비비를 장벽 건설에 전용할 수 없도록 하는 재난구호기금보호법을 발의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비상사태 선포를 뒤집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면서 행정부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