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부터 대통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고립무원’ 처지에 몰리게 됐다. 그간 그를 지지해 온 중국과 러시아마저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은행 가즈프롬방크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 계좌를 동결하고 거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가즈프롬방크 관계자는 설명했다.

PDVSA는 국제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최대주주인 가즈프롬방크에 최근 계좌를 개설했지만 이마저도 막힌 것이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돈줄을 죄기 위해 지난달 28일 PDVSA의 자산 동결과 송금 금지 등 제재를 가했다.

로이터통신은 “각국 은행들이 미국 제재가 부과된 후 PDVSA와 거래를 끊었지만 마두로 정권을 지지해온 러시아 은행의 이번 조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축출 시도를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고있다. 하지만 러시아 기업들은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난처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에서 베네수엘라의 새로운 지도자로 인정받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베네수엘라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에 접근하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중국을 비롯 모든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러시아로부터 150억달러 이상의 차관을 받았다. 현재 베네수엘라가 러시아에 지고 있는 부채 규모는 32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석유 개발과 관련해 620억달러의 자금을 빌려줬다. 베네수엘라는 이 중 200억달러가량을 상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과이도 의장 측과 차관 관련 협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