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기자의 Global insight

실제론 미국과 겨룰 수준 아닌데
美 "군사적 우위 사라졌다" 엄살

"군비경쟁 유도…소련 붕괴시켰듯, 中을 무너뜨리려는 전략" 관측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현대화된 무기 체계를 실전 배치하기 직전이며, 일부 분야에선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지난달 발간한 ‘중국 군사력:싸워서 이기기 위한 군대 현대화’ 보고서의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중국 군사력이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일부 군사 기술은 미국을 추월했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보고서는 “중국은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며 “힘과 자신감이 강해져 세계 무대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중국은 때때로 미국의 국익과 충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극초음속 무기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H-6K 전략폭격기, CJ-20 순항미사일 등으로 괌 미군기지를 공격할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미국이 1987년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 따라 신무기 개발에 제약을 받아온 분야다. 미국은 최근 INF 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2000년부터 2016년까지 국방 예산을 연평균 10%씩 늘렸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중국 국방 예산이 공식 통계로는 1704억달러지만 실제로는 2000억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中 군사력 세계 최고"…美가 경계심 높이는 이유는

중국 국방 예산은 아직 미국에는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미국의 국방 예산은 7160억달러였다. 하지만 DIA는 “중국이 후발 주자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반면, 중국은 이미 개발된 기술을 사들여 군사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DIA는 중국이 외국 기업에 시장을 열어주는 대가로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지식재산권을 절취하는 방식으로 군사 기술을 확보한다고 꼬집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기술 이전 강요와 지식재산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선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의회 국방전략 검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사라지고 있다”며 “중국 또는 러시아와 맞붙으면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겨우 이기거나 패배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역시 군사력에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10월 세계 일류 군대 육성을 목표로 하는 ‘강군몽(强軍夢)’을 선포했다. 이후 중국은 항공모함, 스텔스전투기, 핵잠수함 등 첨단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군사력은 정말 미국을 위협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일까.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DIA는 “중국군은 전 세계에 재래식 전력을 배치하기에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세계 곳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과 큰 차이가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언 리빙스턴,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해군 함정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 해군 함정이 평균적으로 훨씬 크다”며 “중국이 가까운 장래에 아시아·태평양에서 패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DIA 보고서는 미국의 세계 전략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는 최근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DIA는 1981년부터 옛 소련이 망할 때까지 소련 군사력 보고서를 냈던 기관”이라며 “DIA가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낸 것은 1980년대 소련을 상대했듯이 중국을 상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이 군비 경쟁을 벌여 옛 소련을 붕괴시켰듯 중국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DIA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대만과 남중국해를 꼽았다. 아주 짧기는 하지만 한국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불안정과 불확실성에 덮여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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