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 초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얼어붙어 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과 위안부 합의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양국이 대립하고 있고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 및 레이더 조사(照射) 여부를 두고 양국이 날을 세우는 모습입니다.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과 교민들도 싸늘해진 현지 분위기에 활동이 한층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이처럼 엄중한 시국에 설 연휴를 앞두고 일본 도쿄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앞장서서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나서 주목됩니다. 바로 지난 1일 저녁 도쿄 데이고쿠호텔에서 ‘한일경제인교류의 밤’행사가 열려 양국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을 약속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 행사는 민간차원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주일한국기업의 대(對)일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일본기업과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2014년부터 매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 경제계 인사 200여명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수훈 주일한국대사와 김정수 주일 한국기업연합회 회장(대한항공 일본지역 본부장), 사사키 미키오 한일경제협회 회장, 하쿤 신쿤 참의원 의원(입헌민주당), 하시모토 다이지로 전 고치현 지사,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DeNA 등 주요 일본기업 관계자들도 다수 자리를 함께 했고, 한국 측에서도 안상만 CJ재팬 사장, 권홍봉 진로재팬 사장 등 ‘일본통’ 한국 기업인들이 참여했습니다. 주일한국대사관 경제 관계 분야에서 활동하는 외교관들도 다수 참석했습니다.

이수훈 주일대사는 축사에서 “한일 관계가 어렵지만 양국의 각계각층이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현재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청년들의 일본 유학과 취업 기회가 확대된다면 양국 간 이해가 깊어지고 서로 호혜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수 한기련 회장도 이날 환영사를 통해 “양국 간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로, 민간 차원의 경제적, 문화적, 인적 교류는 날로 확대되고 있으며, 저는 이러한 민간 교류 확대가 양국 간 정치·외교 관계 개선으로 연결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 간 정치·외교 분야 대립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악화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한자리에 모인 한국과 일본 경제인들의 노력이 한일관계의 본격적인 해빙과 양국 간 교류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