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8일(현지시간) 금융 사기와 기술 절도 등 혐의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화웨이 창업주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을 전격 기소했다. 30일부터 시작되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틀 앞두고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공소 사실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 동부지검은 은행 사기 등 13개 혐의를 적용했다. 스카이콤테크 등 자회사를 내세워 거래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의도적으로 어기고 이란에 장비를 수출했다는 것이다. 화웨이 등 법인들과 함께 멍 부회장을 기소한 것은 멍 부회장을 범죄인 인도 방식으로 넘겨받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멍 부회장은 지난달 1일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됐다.

워싱턴주 대배심은 미국 통신업체 T모바일의 기밀을 빼돌리고 사법 방해를 했다는 등의 10개 혐의를 적용했다. 미국은 화웨이 기소와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이번 기소는) 미·중 무역협상과는 전적으로 별개”라고 밝혔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 사법부가 화웨이와 멍 부회장을 기소한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이 중국의 특정 기업을 모독하고 때려서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경영 활동을 말살하려고 하는데 그 배후엔 강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도 류허 중국 부총리와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차관이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무역협상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화웨이 기소가 강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