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서 구체적 개헌안 제출 요구 않은 채 "논의 심화" 주문만
"총리가 나서면 도움 안돼" 지적도…자민당은 개헌 선거이슈화 총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국회에서 실시한 시정연설에서 자신의 정치적 숙원인 개헌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언급하는 데 그쳐 의도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개헌과 관련해 "헌법은 국민의 이상을 담는 것으로, 다음 시대의 길잡이다"라며 "커다란 역사의 전환점에서 이 국가의 미래를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각 당이 논의를 심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일본의 내일을 열어젖히는 책임을 다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는 작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위기를 강조하면서 "각 당이 헌법의 구체적인 안을 국회에 가져와야 한다"고 강하게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과 대비된다.
'개헌' 톤 낮춘 日아베…'역풍' 우려해 조용한 드라이브
그는 작년에는 "국가의 형태와 이상의 모습을 말하는 것은 헌법"이라며 "50년, 100년 앞의 미래를 응시하는 국가 만들기를 행하겠다"고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올해는 이런 식의 수사도 빠졌다.

여기에는 그동안 아베 총리가 자신의 입을 통해 개헌 논의에 채찍질을 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개헌 논의를 촉구하는 아베 총리의 목소리가 정치권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관련 논의를 불붙이기는커녕 오히려 개헌에 대한 '경계론'이 거세지는 역풍을 낳았다.

자민당이 개헌 추진에 힘을 주고 있지만, 제1야당 입헌민주당 등 야권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급격한 개헌 추진에 반대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작년 11월 자민당의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은 야권을 향해 "(개헌)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직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해 야권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개헌에 대한 일본 국민의 관심도 저조한 편이어서, 지난 12~15일 NHK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안의 국회 논의에 대해 '급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다'(50%), '개헌 논의를 할 필요는 없다'(14%) 등 부정적인 의견이 62%나 됐다.
'개헌' 톤 낮춘 日아베…'역풍' 우려해 조용한 드라이브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시정연설에서 개헌에 대한 목소리를 낮춘 것은 개헌에 반대하는 야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총리가 논의를 주도하는 것이 다른 정당의 개헌 논의 참여를 오히려 힘들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명기한 개헌안으로 전후 첫 개헌을 성사시켜 2020년 시행한 뒤,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전력과 교전권 보유 금지)를 고치는 '2단계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야욕을 갖고 있다.

아베 총리가 개헌에 대한 목소리를 낮춘 대신 자민당은 인터넷 방송이나 지방 강연을 통해 개헌 여론을 '조용히'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의 개헌추진본부는 지난 23일 이 당의 인터넷 방송 '카페스타'를 통해 자민당의 개헌안을 설명하고 있다.

자민당은 다음달 10일 전당대회 후에는 전국 각지에서 강연회를 열어 자민당 개헌안에 대한 홍보 활동을 벌이며 개헌에 대한 여론을 환기할 계획이다.

또 전국 289개 중의원 소선거구에 있는 자민당 지부에 헌법개정추진본부를 설치해 올여름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이슈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개헌' 톤 낮춘 日아베…'역풍' 우려해 조용한 드라이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