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주, 작년부터 자금 확충 나서
'불황 대비하자'…美 대도시 자금비축 분주
글로벌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대도시들이 불황에 대비해 비상자금을 비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한 미국의 대도시들이 닥쳐올 경기불황에 대비, 예비비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전미주정부예산담당관협회(NASBO)에 따르면 미국의 31개 주가 지난 회계연도부터 자금 확충을 시작했으며 26개 주는 올해부터 예비비를 늘릴 계획이다.

미국의 2대 도시인 LA는 자연재해와 금융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벌써 5억 달러(5630억원)를 확보했다.

이는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지속된 경기침체 전에 LA가 비축해뒀던 1억9천200만 달러의 2배를 넘는 규모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의 예산 참모인 맷 서보는 이전 불경기 때 경찰·소방 업무, 도로 보수 등 도시 서비스들이 타격을 받아 예비비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다음 경기침체를 생각해야 하는 때라며 "이미 지난 불황을 겪은 이들은 우리가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 세계적인 수요부진과 무역 전쟁,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 후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12개월 내 경기침체가 올 확률을 지난해 33%에서 최근 40%로 올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15%에서 20%로 높였다.

S&P는 보고서에서 "이른 시일 내에 불황이 온다면 지방 정부들은 신용 등급을 유지하면서 금융 압박을 견디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스베이거스도 금융위기 때보다 55% 늘어난 1억3천200만 달러를 확보해뒀고 시 당국의 일자리 50개 이상을 비워뒀다.

비용 측면에서는 640만 달러를 줄일 수 있는 데다 혹시 채용했다가 다음 경기침체 때 이들을 해고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퓨(Pew)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때 재정 압박을 받은 미국의 지방정부들은 해고와 자연 감원을 통해 50만 개의 일자리를 줄였는데, 이로 인해 공공안전부터 쓰레기 수거, 학교 행정까지 도시 전반의 행정업무가 중대한 위기를 경험했다.

정부재무담당관협회(GFOA)는 각 도시가 연간 일반기금예산의 2개월분 규모를 확보해주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클리블랜드는 2017년부터 1천200만 달러를 더 모아 현재 3천만 달러를 확보했으나 1억6천만 달러까지 늘려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도 뒤늦게 불황대비에 나섰다.

시 정부는 내년 회계연도까지 최소 2천만 달러를 모아놓을 계획이지만 GFOA의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선 7억5천만 달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